할리우드의 팀 버튼은 하나의 브랜드이다. ‘팀 버튼’표 영화라면 왠지 괴기스럽고, 판타스틱하고, 컬러풀하다는 것을 안다. 1988년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는 우리나라에 처음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에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던 바바라와 애덤 부부가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그런데 혼령은 그 집에 계속 머문다. 그 집에 새로 찰스네 가족이 들어와 차지하자 죽은 자는 속이 상한다. 이들을 내쫓고 싶지만 산 자의 눈에는 죽은 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웬걸 그 집 딸 리디아가 유령을 본다. 그리고, ‘비틀쥬스’라는 듣보잡 귀신이 나타나 그림 같은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팀 버튼의 영화는 2019년 뮤지컬로 만들어져 브로드웨이 무대에 안착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역사적인 라이선스 초연이 시작되었다. 팀 버튼 영화 못지않은 환상적인 무대를 한국에 이식시키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개막이 잠시 연기된 끝에 이달 초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비틀쥬스’는 죽기도 어렵고 공연을 만나기도 어려운 모양.
뮤지컬 비틀쥬스를 보며 제일 궁금했던 것은 바바라와 애덤 커플의 죽음을 어떻게 묘사할까 였다. 영화에서는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강물에 떨어져 죽는다. 그런데 뮤지컬은 집에서 죽는다. 그렇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집이 메인 무대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정신없이 무대를 뒤집어놓는 이 집을 배경으로 장장 98억년의 세월을 외롭게 산 사기꾼 비틀쥬스가 무대를 휩쓸고 다닌다. 그리고 리디아도 영화에서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비틀쥬스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불려야한다.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수다를 뜬다. 정말 관객이 혼비백산할 정도로 떠들고 뛰어다니고, 손짓발짓하고 노래 부른다. 그 과정에선 이른바 ‘제4의 벽’을 깨면서 관객과 소통하려고 한다.
영화를 장식하던 명곡 ‘데이-O(바나나 보트송)’은 이번 무대에서도 충실하게 재현된다. 가족의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이 유령에 빙의되며 부르는 노래는 관객을 절로 흥분시킨다. 그리고 해리 벨라폰테의 '점프 인 더 라인(Jump In the Line)‘에서는 관객들이 절로 '셰이크 세뇨라(Shake senora)'라는 주문에 빠져든다. 물론, 뮤지컬을 위한 넘버 ‘That Beautiful Sound’는 이 작품을 최애작으로 박제시키기에 족하다.
이번 한국 초연 무대에서 비틀쥬스는 유준상, 정성화가, 리디아는 홍나현, 장민제가 연기한다. 이들 외에 김지우-유리아(바바라), 이율-이창용(아담), 김용수(찰스), 신영숙-전수미(델리아)가 관객을 판타스틱한 마법예 빠져들게 한다. 아마도 비틀쥬스와 리디아의 매력에만 빠질 것이라고 예단했다면 그것은 착각! 신영숙의 변신에 빙의되고 말 것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코로나 사태로 평일 공연 시간은 오후 7시로 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