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모습 CJ ENM - 세종문화회관 제공
할리우드의 팀 버튼은 하나의 브랜드이다. ‘팀 버튼’표 영화라면 왠지 괴기스럽고, 판타스틱하고, 컬러풀하다는 것을 안다. 1988년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는 우리나라에 처음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에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던 바바라와 애덤 부부가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그런데 혼령은 그 집에 계속 머문다. 그 집에 새로 찰스네 가족이 들어와 차지하자 죽은 자는 속이 상한다. 이들을 내쫓고 싶지만 산 자의 눈에는 죽은 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웬걸 그 집 딸 리디아가 유령을 본다. 그리고, ‘비틀쥬스’라는 듣보잡 귀신이 나타나 그림 같은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팀 버튼의 영화는 2019년 뮤지컬로 만들어져 브로드웨이 무대에 안착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역사적인 라이선스 초연이 시작되었다. 팀 버튼 영화 못지않은 환상적인 무대를 한국에 이식시키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개막이 잠시 연기된 끝에 이달 초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비틀쥬스’는 죽기도 어렵고 공연을 만나기도 어려운 모양.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모습 CJ ENM - 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 비틀쥬스를 보며 제일 궁금했던 것은 바바라와 애덤 커플의 죽음을 어떻게 묘사할까 였다. 영화에서는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강물에 떨어져 죽는다. 그런데 뮤지컬은 집에서 죽는다. 그렇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집이 메인 무대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정신없이 무대를 뒤집어놓는 이 집을 배경으로 장장 98억년의 세월을 외롭게 산 사기꾼 비틀쥬스가 무대를 휩쓸고 다닌다. 그리고 리디아도 영화에서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비틀쥬스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불려야한다.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수다를 뜬다. 정말 관객이 혼비백산할 정도로 떠들고 뛰어다니고, 손짓발짓하고 노래 부른다. 그 과정에선 이른바 ‘제4의 벽’을 깨면서 관객과 소통하려고 한다.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모습 CJ ENM - 세종문화회관 제공
영화를 장식하던 명곡 ‘데이-O(바나나 보트송)’은 이번 무대에서도 충실하게 재현된다. 가족의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이 유령에 빙의되며 부르는 노래는 관객을 절로 흥분시킨다. 그리고 해리 벨라폰테의 '점프 인 더 라인(Jump In the Line)‘에서는 관객들이 절로 '셰이크 세뇨라(Shake senora)'라는 주문에 빠져든다. 물론, 뮤지컬을 위한 넘버 ‘That Beautiful Sound’는 이 작품을 최애작으로 박제시키기에 족하다.
이번 한국 초연 무대에서 비틀쥬스는 유준상, 정성화가, 리디아는 홍나현, 장민제가 연기한다. 이들 외에 김지우-유리아(바바라), 이율-이창용(아담), 김용수(찰스), 신영숙-전수미(델리아)가 관객을 판타스틱한 마법예 빠져들게 한다. 아마도 비틀쥬스와 리디아의 매력에만 빠질 것이라고 예단했다면 그것은 착각! 신영숙의 변신에 빙의되고 말 것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코로나 사태로 평일 공연 시간은 오후 7시로 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