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나눠 끼고 노래를 듣는 한 젊은 커플을 쳐다보던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의 동석자에게 개인적인 견해를 털어놓는다. 그들의 요지는 동일하다. 왼쪽 이어폰과 오른쪽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르고 그것을 함께 듣지 않는 이상 진정하게 곡에 담긴 매력을 즐길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동석자가 하나를 둘로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들은 대답한다.
"연애는 각자 하나씩이야. 쟤들은 그걸 몰라."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감독 도이 노부히로)는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 분)와 키누(아리무라 카스미 분)가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좋아하는 취향이 하나부터 열까지 닮은 그들은 연애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하지만 현실적인 연애를 이어나가자 각자 생각하는 서로의 다른 조건과 달라지는 감정에 의해 불안정해지는 관계를 마주하게 된다.
무기와 키누의 첫 만남은 함께 막차를 놓친 남녀가 밤을 함께 지새게 되는 우연의 일치로부터 시작된다. 두 주인공은 그 우연을 인연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상대방을 향한 모든 감각이 곤두세워질 만큼 서로에게 놓인 모든 순간에 집중하고 밤새 설레며 세심한 감정들을 가득 풀어놓는다. 항상 새로울 수 없는 것이 연애지만 매번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으로 인해 밤을 지새우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와도 비슷하다.
새 스웨터를 입은 날 고깃집에 데려가고 자신을 우습게 보는 남성에 대해 고찰하는 키누, 허름한 아파트 우편함에 꽂혀져 있는 고급 아파트 분양 전단을 보고 비웃고 가위바위보를 즐기는 커플 앞에서 "보자기는 돌 맞으면 찢어지지"라며 인류의 모순을 덤덤히 지적해내는 대학생 무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청춘의 군상이지만 둘은 서로를 향한 연애 감정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혼자로서의 삶이 익숙한, 보통의 젊은 청춘이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곁들이며 하나의 꽃다발처럼 어우러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혼자여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이 점차 행복한 기억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성장한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들에게도 연애의 교훈을 전한다. 삶의 어떤 시점에 있든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기에 앞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상처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각자가 지닌 뿌리가 단단하다면 서로 만개한 그 순간 더없이 아름다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7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