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 '매미'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윤대원 감독은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도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의 단편 영화 '매미'는 트랜스젠더 성매매 여성의 한 여름밤을 다룬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의 시네파운데이션(Cinéfondation)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해당 부문은 영화 전공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으로 전 세계에 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윤대원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공부하며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프라이드필름프로젝트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만들어진 작품 '매미'를 선보였다. 땅속에서 유충의 형태로 긴 시간을 살다 밖으로 나와 허물을 찢고 성충으로 변하는 '매미'처럼, 트랜스젠더가 보내는 하루가 담긴 이야기를 강렬한 영화적인 경험으로 탄생시켰다. 이러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유망주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윤대원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칸국제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칸의 풍경,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활동을 향한 열망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Q. 작품 제목이 '매미'인데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다.
복합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트랜스젠더 분들이 (매미의 허물처럼) 육체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고, 성매매의 경우 한겨울에는 추워서 영업을 하기 힘들다. 나무 쪽에 붙어있고 차가 오면 움츠려드는 모습도 비슷하다. 올해가 미국에서 17년 정도 된 매미가 나오는 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Q. 트랜스젠더의 성매매를 주제를 영화로 만들고자 한 계기가 궁금하다.
이전에 이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 적은 없었다. 처음부터 트랜스젠더와 성매매라는 소재에 끌린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밤에 소월길을 산책하다가 소월길이라는 공간의 무드에 끌렸다. 여름밤의 느낌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흥미를 가졌다.
Q.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전 세계에 있는 영화 유망주들이 출품한 졸업작품을 위한 섹션이기에 큰 기회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매미'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은 어떠한가?
학교도 오래 다녔는데 마지막에 졸업이라는 타이밍에 이렇게 좋은 선물 같은 성과를 받았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Q.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영광이지만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설레는 부분과 동시에 걱정되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이곳은 완전 다른 나라 같고 다른 세상 같다. 밖에서는 거의 아무도 마스크를 안 쓴다. 나는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다니는데,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이 터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한다.
Q. 현재 칸국제영화제에서의 일정을 잘 즐기고 있는가?
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하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가고 있다. 장편 경쟁 섹션 쪽에 많이 유명한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와서 그분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배우를 보고 신기하기도 했다. 장편 영화 경쟁 작품도 시간 내서 보려고 하고 있다. 표 구하기가 쉽 지 않은데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한 편이라도 더 보고 싶다.
Q. 칸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장편 영화를 보러 가려면 무조건 턱시도 입어야 한다. 입장 거부를 당한다고 하더라.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 이렇게 수고스러운 길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살아생전 입어보지 않던 턱시도를 입고 구두를 신고 아주 어렵게 들어갔다. 레드 카펫 옆을 지나서 극장이 시작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봤고 끝나고도 5분씩 박수를 보내는 현장을 봤다.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가면서 (영화의 경험이) 간편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긴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양복을 입고 약속을 해서 제시간에 와서 보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칸국제영화제와 같이 권위 있는 영화제들이 영화란 사랑받는 것, 위대한 것,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박수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이미지들을 만들어왔고 영화에 대한 존중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깨달았다. OTT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이 흐름에 맞게끔 한 명의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진화를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영화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많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든다는 말이다.
Q.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윤대원 감독이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이제부터 느끼는 책임감, 혹은 부담감이 막중할 것 같다.
시네파운데이션 섹션에 들어간 일이 좋은 일인 것은 맞지만 무엇이 바뀔 것 같진 않다. 평범한 나로 돌아갈 것 같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의 관심은 받겠지만 주목받을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성실하고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발전해나기 위해 한 사람으로서 노력할 것이다. 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수많은 매체와 홍보와 훌륭한 경쟁작들과 함께 극장에 걸리는 것을 보고 작품을 진실되게 작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한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천천히 이제 좀 조금씩 정직하게 가고 싶다. 영화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조금씩 찍고 앞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그래도 다행이다. 앞으로도 근성 있고 진실되게 영화를 하고 싶다.
Q. 애니메이션을 오랜 기간 공부한 만큼 차기작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할 생각은 없는지,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망은 없는지 궁금하다.
단기간적으로는 갈망이 남아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있는데 여유의 차원인 것 같다. 칸 와서 봉준호 감독님의 마스터 클래스를 들었는데 애니메이션 영화 이야기를 하셨다. 봉준호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너무 좋아했고 애니메이션도 많이 만들고, 대학도 애니메이션과를 갔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님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기대가 되지만 지금 당장은 우선은 하고 싶은 장편 이야기를 찍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 것 같다.
Q. 이야기를 들을수록 칸에서의 여름을 지내고 돌아와 걸어갈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공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냥 꾸준히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싶다.(웃음) 발전시키고 있는 시나리오를 잘 써서 빨리 장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가장 눈앞에 있는 목표다. 영화 감독의 꿈은 멋진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개발 중인 시나리오가 있다. 수업 시간에 천천히 준비한 작품이 있는데 열심히 발전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