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코로나 속에서도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 상영에는 많은 난관이 있지만 OTT플랫폼 웨이브를 통한 온라인상영이 그나마 영화팬들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월드판타스틱블루’ 섹션을 통해 소개된 대만 영화 ‘친애하는 세입자’(원제:親愛的房客)도 웨이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정유걸(鄭有傑 쩡요지에)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해 대만에서 개봉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대만영화는 몇 가지 경향이 있다. 학원 로코물, 어두운 역사에 발을 걸친 호러물, 그리고 LGBTQ 성향의 영화들이다. 어떤 영화인지 한 번 알아보자
영화는 대만 북부 항구도시 지룽(基隆/기륭)을 배경으로 한다. 제삿날인 모양이다. 가족 구성이 의아한데 곧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된다. '린젠이'의 동성의 파트너 리웨이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된다. 이후 린젠이는 리웨이의 집에서 리웨이의 어머니를 자신의 (시)어머니처럼, 리웨이의 어린 아들 요우를 자신의 친아들인 것처럼 알뜰히 챙기며 살고 있다. 당뇨를 심하게 앓던 엄마가 죽은 뒤 복잡한 문제에 휘말린다. 계속 리웨이의 존재를 꺼려하던 (리웨이의) 엄마는 결국 죽기 전에야 마음을 열었고, 그에게 어린 '요우'를 입양하라고 말한다. 리웨이의 동생 리강은 린젠이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리웨이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까지 의심받게 된다.
대만은 2019년부터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이다. 사회적 합의, 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있었으리라. 그런데 여전히 백안시하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영화가 흥미롭다. 남녀의 구분을 없애더라도 상황은 애매하다. (사실혼 관계의) 남편이 죽은 뒤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그 아이를 입양하는 흔한 이야기에서 그 ‘여자’가 ‘남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게이 남자의 정체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감독은 이런 설정에 더해 ‘심한 당뇨로 발이 썩어 들어가고, 결국 시각까지 잃어가는’ 할머니의 문제를 다룬다. 고통을 참기 위해 불법 진통제를 복용하기까지 한다. ‘린젠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헌신적이면서 희생적이다. 그래서 관객의 응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법률적인 지원은 못 받더라도 말이다.
모든 것을 감수하는 린젠이를 연기한 모쯔이(莫子儀)는 대만 금마상과 타이베이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들의 죽음과 빈자리를 차지한 ‘며느리 아닌 며느리’를 대하는 복잡한 심사를 잘 표현한 천슈팡(陳淑芳)도 금마장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정유걸 감독은 오래전 후효현 감독의 영화 <펑쿠이에서 온 소년>(1983)에 출연한 천슈팡을 보고 이 역할을 부탁했다고 한다. 린젠이의 연인 리웨이를 연기한 야오춘야오(姚淳耀)는 넷플릭스오리지널 [반교]에서 나쁜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한 아역배우는 바이둔인(白潤音)이다. 정유걸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의 소설을 번역할 정도로 고레에다 팬인 모양.
동성 간의 관계는 기존의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갈등과 모순을 노정시키는 셈. 부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정유걸 감독의 대만 영화 [친애하는 세입자]는 이들 동성 커플이 살아서, 그리고 죽어서 야기하는 모순과 갈등, 그 양상을 담담히 그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동성이든 아니든 똑같은 모습이란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