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개막되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우울한 소식과 함께 영화제는 출발부터 비틀거렸다. 그나마 OTT서비스인 웨이브에서의 온라인상영이 그나나 이 유서 깊은 장르영화제 팬들에게 숨통을 안겨준다. 부천에서는 호러와 판타지, 그리고 장르를 규정 짓기 애해만 ‘19금영화’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심야상영, 올빼미 상영 등이 BIFAN매니아를 양산시켰다. 올해에는 [스트레인지 오마쥬]라는 섹션을 통해 호러 매니아가 놓쳐선 안 될 고전공포물을 소개한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놀이공원’(74),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의 ‘피의 향연’(63), 로저 코먼 감독의 ‘버켓 오브 블러드’(59), 윤종찬 감독의 ‘소름’(01), 그리고 강범구 감독의 ‘몽녀한’(83)이다. 다들 장르영화 목록에서 이름값을 하는 작품들이다. 이중 지난 10일, BIFAN에서 단 한차례 상영된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의 [피의 향연](Blood Feast)은 웨이브에서도 만날 수 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표현수위가 센, 어쩌면 구토를 유발하는 ‘하드 고어’물이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허셀 고든 루이스를 ‘고어의 대부, 스플래터 영화의 대표감독’으로 소개한다. 유혈이 난무하는 저예산 영화 <피의 향연>을 각본, 제작, 연출, 촬영, 특수효과, 음악까지 도맡아 만들며, 영화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생전 40편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었다.
스플래터는 말 그대로 신체를 조각내는(사진절단) 고어물이다. 피가 난무한다. (극혐!)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로 스플래터 필름은 신체의 물리적 파괴와 그에 따른 고통을 강조하며 영화팬의 공포를 자극한다. 표현방식, 음악사용, 영화소품에서뿐만 아니라 특징적 카메라워킹으로 시각효과를 극대화한다.
런닝타임 68분의 [피의 향연]은 그런 저예산 ‘스플래터 호러’의 전범을 보여준다. 영화는 당시(1963년) 미국 중산층의 일상에 침범한 공포를 보여준다. 마이애미 교외의 주택가. 라디오뉴스에서 연쇄살인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한 금발의 백인여성이 욕조에 들어간다. 그리고 첫 번째 ‘스플래터’의 공포를 보게 된다. 영화에서 ‘람세스’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이집트인 요리사가 연쇄 살인을 벌인다. 그는 죽인 여자들의 신체 일부를 사용하여 잠자는 이집트 여신, ‘이슈타르’를 깨우려고 한다. 람세스는 ‘이슈타르’를 위해 5천년 동안 중단된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의 애인이 람세스의 마지막 희생자가 될 위험에 놓인다.
약 24,500달러에 제작된 이 저예산 영화는 출시 후 15년 동안 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엄청난 가성비인 셈. 빨간색 페인트와 창자같이 생긴 소품, 극단적 비주얼에 대한 실험정신이 넘쳐나는 창작인들 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영감을 떠올리며 더 많은 깜짝 작품을 만들어댄다. 지금 보면 그런 성공이 기이할 정도일 것이다. 스토리는 엉성하고, 연기는 발연기이고, 긴장감은 제로이며, 오직 피와 창자의 비주얼적 공포만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어쩌겠는가. 영화의 기술은 이런 식으로 진화하니 말이다.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이 뉴질랜드에서 영화 찍기 놀이를 할 때 만든 ‘배드 테이스트’(고무인간의 최후)도 이런 스플래터였다. 참. ‘이슈타르’가 이집트 여신이라고 해서 찾아보니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여신으로 사랑, 미, 섹스, 전쟁, 정의, 정치권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수메르와 아카디안, 바빌로니아, 앗시리아에서도 숭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영화는 장르영화제에서 특별하게 리바이벌 되는 악몽이다.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