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에 비하면 '곡성'은 가족 코미디 영화라는 진담 반 농담 반의 말이 흘러나오는 요즘이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의 협업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 '랑종'은 '셔터'를 연출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신작이다. 태국 무속 신앙과 무당의 후손들에 다룬 이야기로 신내림 증상을 보이는 조카를 살리기 위한 한 무당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태국 샤머니즘 호러 끝판왕인 이 작품을 연출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나홍진 감독과의 추억부터 '랑종'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랑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강렬한 메시지를 밝혔다.
Q. '셔터'로 인해 국내에서도 공포 영화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공포 영화에 열정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감독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까지는 공포 영화를 찍으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셔터'를 만나고 나서 영화를 찍게 됐다. 어릴 때 공포 영화를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방학 때 같은 또래들의 친척들이 모이면 공포 영화 비디오를 보고 소리를 질렀던 경험이 있다. 공포 영화를 만드는 데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Q. '랑종'은 나홍진 감독과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의 원안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나홍진 감독의 원안을 받았을 때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 여성의 드라마틱 한 인생과 일생이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Q. 나홍진 감독이 준 원안이 최종 영화에 어떻게 적용됐는가? 태국 여러 지역의 무당들을 만나며 취재했는데 사전 조사의 시간들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중압감이나 압박감도 있었다. 태국 무속 신앙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오랜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됐고 흥미를 가지게 됐다. 한국의 무속 신앙과 태국의 무속 신앙에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원안의 골자는 유지하되 태국 현지화를 위한 디테일들이 원안에 스며들었다.
Q. 지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이 반종 감독이 더 높은 수위를 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위 조절에 대해서는 나홍진 감독과 어떤 논의가 오갔는가?
더 높은 수위를 원했다고 한 것은 나홍진 감독의 농담이었다. 각 장면의 수위에 대해서는 논의를 통해서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 이보다 더 높은 수위의 장면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논의를 하면서 영화 완성도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게 작업했다. 각 신의 수위 조절에 대해서는 나홍진 감독과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Q. 감독에게도 도전이었던 장면들이 있었을 것 같다.
밍에게 퇴마 의식을 하는 장면이다. 기존 퇴마 영화에는 기독교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태국 스타일의 엑소시즘을 연출해야 했고 드라마나 영화 같지 않고 실제와 같은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이 역할을 해준 배우의 캐스팅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가벼워졌었다. 그 부분이 영화에서도 잘 표현된 것 같다.
Q. 밍이라는 한 여성이 빙의가 된 후 끔찍한 일을 당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설정은 이해하나 잔인한 신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촬영하면서도 조심스러웠던 부분이다. 나홍진 감독님과도 많은 의견을 나눴다. 원안에 있는 내용과 내가 태국의 무속인들을 조사하면서 봤던 내용들을 종합해서 연출했다. 전개에 필요한 장면만 넣었고 필요하지 않은 장면은 넣지 않았다. 일부러 CCTV를 통해 보는 시점이나 어둡고 흐리게 장면을 만드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Q. 샤머니즘을 골자로 하고 있긴 하나, 다양한 주제들과 서사들이 등장한다. 파격적인 수위 만큼이나 메시지 또한 강렬하다. 감독이 생각하는 '랑종'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악과 원죄,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였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의미라고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를 보면서 이에 대해 생각을 해볼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편, 영화 '랑종'은 오는 7월 14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