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가 온다!
충무로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여고괴담]의 여섯 번째 영화가 개봉되었다. 1998년 처음 개봉되었던 [여고괴담]은 당시의 살풍경한 학교모습을 매혹적으로 잡아내어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흥행에도 성공했었다. 이후 다양한 변주를 거듭한 속편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크게 흥행성공을 거둔 작품은 아니다. 니치마켓을 발굴하고, 사회적 세태를 적절히 반영한 기획성 상품이다. 2009년 오연서-장경아-손은서 주연의 5편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대한민국 학교에는 원혼의 학생이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프랜차이즈로 중국진출 등 확장가능성을 논하더니 조금씩 잊힌 영화가 되어갔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6편’이 만들어졌고, 관객 앞으로 돌아왔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진다.
광주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노은희(김서형)가 새로운 교감선생으로 부임해 온다. ‘은희’ 선생에 대해서는 영화 초반 가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뭔가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잔뜩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너 고향에 내려간다는 게 사실이야? 미쳤어? 새삼스럽게 왜 내려가. 오빠 걱정시키려는 거야?”란다. 은희는 의욕적으로 상담선생님을 자청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학생 하영(김현수)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 은희 선생은 광주에 내려온 뒤에도 곧잘 환영에 시달리고 있고, 하영 학생도 뭔가에 홀린 듯 학교의 폐쇄된 화장실을 배회한다. 두 사람은 그곳 화장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시대를 관통하며 은희 선생과 하영을 괴롭히던, 혹은 발목을 잡던 그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영화 ‘여고괴담 모교’는 전편이 펼치던 이야기의 범위를 한 단계 뛰어넘는다. 관객은 초반 펼쳐지는 불의의 사고와 익숙한 수업장면 들을 지켜보면서 교감 은희의 귀향에 얽힌 사연보다 ‘여고생’ 하영의 방황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한 남자 선생의 몹쓸 짓에 분개하게 되고,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하는 스토리를 예상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쑥 영화는 40년 전의 충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40년 전 광주라니! 한동안 유언비어, 괴담으로 전해져온 이야기가 있다. 전통의 충무로 프랜차이즈는 그 이야기를 ‘학교괴담’에 녹여낸 것이다. 알고 보면서도 그 연결고리가 자연스럽고, 그 때문에 더 충격적이다. 기존의 ‘여고괴담’이 또래의 문제, 성 정체성의 고민 등이 펼쳐졌다면 이번 6편에서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물론, 이런 역사적 확장은 대만영화 ‘반교’를 떠올리게 한다. 대만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반교’(返校)는 1950년대부터 30여 년을 대만사회를 옭아맨 백색테러(반공을 국시로 대만민중을 탄압하던 장개석 정부의 강압적 통치)의 암울한 이야기를 학교를 배경으로 펼친다. 그리고 그 영화를 확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부작에서는 ‘과거의 흑역사’와 ‘현재의 학교 부조리’를 결합시킨다. (선생이 학생을 상대로 몹쓸 짓을 한 것이다.)
‘여고괴담6’은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면서 불친절한 연출과 덜컹대는 편집을 노정한다. 겨우 이야기를 쫓아갈 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모든 불친절한 지점과 사라진 이야기를 찾아내거나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 중 하나가 권해효가 연기하는 학교 수위이다. 광주의 비극은 ‘학교 수위’까지 비극의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그 사람이 그 곳에 왜 있는지 영화가 끝날 때 즈음이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황망하게 희생당한 것을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로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대만의 [반교]가 그러했듯이, 우리의 [여고괴담]은 그렇게라도 그런 역사를 겪지 않은 세대, 사람에게 그때의 비극을 체감시키는 것이다. 물론, 작금의 학교 부조리도 더불어 말이다. 은희가 온다! 2021년 6월 17일 개봉/ 15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