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 모든 순간이 즐거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고뇌 끝에 얻는 순간의 소중함을 통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배우 이홍내의 연기를 향한 꿈에는 그런 의지가 담겨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연기 공부를 시작한 그는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오랫동안 연기에 대해 탐구해왔으며 작품 속에서 포착한 깨달음의 순간들을 흡수하며 살아왔다.
최근 그는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감독 김조광수)을 통해 주연을 맡았다. 서울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조그마한 공간에서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청춘 하늘 역을 연기한 그는 인터뷰에서도 마치 하늘이 된 듯 유쾌하고, 따뜻한 마음을 내비쳤다. 꾸준한 성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얻고 있는 그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며 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Q.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주연 배우 하늘 역을 맡았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메이드 인 루프탑’의 시나리오를 알게 됐을 때 그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이 영화는 캐스팅이 된 것인지 촬영이 들어간 것인지 세세하게 묻기 시작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감독님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했고 캐스팅이 되지 않아도 감독님을 만나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후 만나서 시나리오를 본 나의 소감, 그리고 하늘이라는 친구를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고 결과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Q. 본인이 연기한 하늘 역은 실제 이홍내 배우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하늘이 겪고 있는 상황들이 나와 닮아있었다. 20대 때 내가 보냈던 시간이랑 비슷했다. 내가 공감했던 부분들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 (동성애자인 인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연기 변신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사실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애와 이성애에 있어 사랑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사랑에 임하는 태도는 같다고 생각했다. 마침 사랑 연기도 해보고 싶었고 동성애든 이성애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감히 이해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무시당하는 분들에게 내 연기가 작은 위로가 됐으면 했다.
Q. 그런 마음이 영화 속에도 잘 표현된 것 같다. 특히 하늘이 응급실에 가서 애인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 보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부분에서 애잔한 감정이 느껴졌다.
다양한 표현으로 그 신을 여러 번 찍었다. 상, 중, 하가 있다면 중 정도의 장면이 영화에 들어갔다. 주저앉을 정도로 마음이 무너지면서 찍기도 했다. 공을 많이 들여서 찍었다. 처음 볼 때는 너무 슬펐다. 두, 세 번째 보니까 유쾌하고 즐거움이 보였고 하늘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Q.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하늘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작은 공간을 허락받은 채로 살아간다. 그에게 옥탑방은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옥탑방은 중요한 장소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주거 공간이고 시대를 관통하는 요소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취직을 못 하는 지금의 MZ세대들, 90년대생들의 고충이 담겨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마당을 쓸 수 있는 낭만적인 환경이지만 사실은 거주하기에는 힘든 곳이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그러한 양면성으로 인해 우리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것 같다. 하늘과 봉식이 처해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즐겁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 안에 아픔이 있다. 실제로 김조광수 감독님이 이태원 루프탑에서 30대 초반 시절을 보냈다. 이정은 선배님이 맡으신 그런 이웃 아주머니 같은 분도 실제로 있으셨다고 하더라.
Q. 작품을 이야기하는 표정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이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힐링 작품이지만, 반대로 본인이 촬영하면서 힐링을 받은 느낌이다.
맞다. 위로를 드리려고 이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오히려 위로받고 힐링을 했다.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찍은 작품이 아녔다. 늘 시간에 쫓겼고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할 때였기에 촬영 장소를 빌리기도 쉽지 않았지만 감독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이 나를 항상 응원해 줬다. ‘잘 하고 있다’, ‘할 수 있다’라는 말들을 해주셨다. 재밌게 찍었고 고마운 작품이다.
Q. 여전히 배우 이홍내는 ‘메이드 인 루프탑’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청춘이다.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해나갈 것 같다.
지금 내 삶이 너무 행복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기에 직업 만족도 100퍼센트다. 물론 고된 순간도 있고 에너지도 소비하지만, 행복함, 즐거움이 항상 베이스로 깔려 있다. ‘메이드 인 루프탑’의 개봉도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몰랐다. 관객분들을 만나는 기회가 너무 행복하다. 무서웠던 때도 있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끝난 직후에는 헤어스타일도 똑같고 그 캐릭터 그대로였다. 어딜 가도 알아봐서 부담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나중에는 재밌고 감사했다. 이제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는가?
스포츠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축구, 농구, 야구, 격투기 등 운동선수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오랜 기간을 희생하지 않나. 하루 대부분을 훈련하는데, 그런 삶을 연기할 수 있으면 설렐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메이드 인 루프탑'을 찾아줄 관객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인터뷰를 보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연기를 시작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처음이다. SNS도 안 해서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이런 인터뷰밖에 없다. 그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 작품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좋은 드라마와 영화에 참여하고 있으니 늘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지난 23일 개봉해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