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1년이 되는 날이다. 6.25사변, 동란 등으로 불리는 이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말이다. 이제 그 전쟁을 겪은 사람, 기억하는 사람, 평가하려는 사람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기억의 끝단에서 이 영화를 만난다.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하는 김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바다로 가자’이다.
<바다로 가자>는 김량 감독이 ‘한국전쟁 참전군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다. 동해 바다가 보이는 함경남도 단천군이 고향인 아버지 김주영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만 18살 때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인민군이 아니야. 난 (대한민국) 국군에 입대했어.”란다. 북으로 진군한 국군에 입대했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1.4후퇴 때 남으로 온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부산에 정착한다. 바다가 보이는! 김주영씨는 본의 아니게 ‘실향민’ 1세대가 된 것이다. 언젠가 통일이 되고, 살아생전 다시 고향땅에 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박정희 시대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 실향민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잘 알 것이다. <바다로 가자>가 흥미로운 것은 실향민 1세대와 그들의 아들딸, 즉 2세대가 갖고 있는 ‘고향과 통일’에 대한 인식차이이다.
<바다로 가자>에서는 아들딸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청춘과 아버지의 고향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함께 남에서 둥지를 튼 고향사람들 이야기도 곁들인다. 우리는 이들 사람의 이야기를 안다. 어쩌면 ‘반공’의 이미지로, 혹은 ‘이념이 탈색된 인간’의 그림자로 말이다. 김주영씨는 나이 들어 파킨슨병에 걸린다. 김주영씨의 딸, 김량 감독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기록한 것이다. 아버지는 애타게 고향을 그리지만 그 아들딸들은 ‘아버지의 고향’은 가본 적도 없고, 그렇게 애타게 생각해 본적도 없다. 넓게 보면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느끼겠지만, 한국적 특성에 따라 분단의 현실은 시간이 갈수록 세대간 이데올로기의 편차를 실감하게 만든다.
김량 감독은 “<바다로 가자>는 전쟁세대가 겪은 실향의 상처, 그리고 전후세대가 직면한 통일문제를 가족의 시선으로 아우르는 장편 다큐멘터리”라면서 “지난 70년이라는 시간은, 고향을 잃고 가족과 소식이 끊긴 채 이 격동적인 시간을 살아남은 분들에게는 가혹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거치며 반공보수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그분들을 향한 전후세대의 시선은 무관심하거나, 분노와 원망을 품고 있다. 이제 그분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이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다.
김주영씨는 바다를 보며 저 먼 고향 산천을 생각하겠지. 아마도 김량 감독의 다음 세대는 구글맵을 찾아보는 것으로 만족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