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일) 개봉되는 독립영화 [식물카페 온정]은 ‘식물 가꾸기’의 미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몇 해 전 정원가꾸는 할머니 ‘타샤 튜더’의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개봉된 적이 있다. 이 영화도 그처럼 식물의 푸르름과 사람의 온유함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주인공 현재(강길우)는 작은 카페를 하고 있다. 카페의 이름은 ‘식물카페 온정’. 가게를 찾는 손님은 각기 사연이 있다. 자신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화분을 들고 찾아온다. '현재'는 손님에게 직접 따서 말린 국화차를 내놓는다. 그리고, 손님의 병든 화분 속 식물을 돌본다. 분갈이를 하고, 잔가지를 치고, 포기를 나눈다. 썩은 이파리는 처분한다. 현재는 분갈이를 하며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첫 번째 손님 서진(박수연)은 취업준비를 하며 자신의 책상 한곳을 지킨 산세베리아를 들고 왔었고, 두 번째 손님 진우와 인혁 커플은 ‘호야 케리’를 갖고 왔었다. 세 번째 찾은 사람은 후배 시내다.
시내와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는 이전에 언론사 사진사였고, 종군기자로 파키스탄에서 위험한 현장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현재는 자신이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의 수목원에서 자라며 식물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그렇게 사람과 식물과 평온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는 '현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는 유칼립투스 이파리를 태양 빛에 가리며 “난 항상 나무의 푸름을 봤을 때 그 푸르름의 끝을 생각했다. 먼지 속에서 빛나는 유칼립투스의 잎을 봤을 때 문득 할아버지의 나무가 생각났다. ”고 말한다. 이 말은 영화 끝에 다시 한 번 등장한다. 그런데 두 번째 볼 때에야 유칼립투스를 들고 있는 그의 손이 피로 얼룩이 져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아마도 종군 취재 현장에서 파편을 맞고 쓰러졌다가 먼지 속의 그 식물을 본 모양이다.
영화 ‘식물카페 온정’은 ‘종군기자’가 등장하지만 거대한 고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취직하기 위해 흘린 5년의 땀과, 파국으로 치닫는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안정된 삶에 대한 고민같이 누구나 갖고 있음직한 고뇌의 시간을 들려준다. 그렇게 분갈이를 하고 국화차를 마시면서 고통을 잊고, 푸름 속에서 힐링을 찾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식물테라피’가 각광받는지 모르겠다.
최창환 감독은 원래 ‘펀드 매니저’였던 주인공의 직업을 좀 더 와일드하게 ‘종군기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돈 도발’과 ‘피투성이’ 속에서 초록색 식물 한 줄기가 인간의 심성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이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셀 실버스타인의 ), [강아지똥](권정생)을 읽은 것처럼. <식물카페, 온정>을 봤다면, 근처 꽃가게나 양재 꽃시장을 들러 화분을 둘러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2021년 6월 24일 개봉/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