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도 우리의 마음에는 언제나 동심이 존재한다. 벤 자이틀린 감독이 피터팬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웬디'는 어른 관객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의 세계임에도 친숙한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이 작품은 동생들을 따라 네버랜드로 나선 웬디의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피터팬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되짚는다.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봤을 미지의 세계, 그리고 그로 인해 성장한 우리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게 만들며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울림을 선사한다.
Q. 피터팬을 소재로 한 작품을 완성했다. 더불어 웬디의 시각으로 바라본 참신한 시선이 놀라웠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작품에 녹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동 집필 한 동생, 엘리자 자이틀린과 나는 어릴 적 매일 밤 ‘피터팬’을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이 어른이 됐다. 그때 만나지 못했던 피터팬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우리가 그리고 싶었던 건 네버랜드를 경험했지만, 그것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웬디’의 이야기였다. ‘웬디’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노화의 본질을 파고들려고 했다.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쁨과 경이로움,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일어나는 영혼의 침식에 대해서 탐구했다. '우리가 자라서도 자유를 간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네버랜드를 시험해온 7년의 여정을 이끌어준 원동력이 되어줬다.
Q. 작품을 보는 내내 아이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이들을 캐스팅하게 된 핵심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만큼 거친 아이들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이 아이들은 ‘피터팬’과 함께 도망칠 아이들이지, 연기 오디션을 보러 갈 아이들이 아니었다.
Q. 감정적이고 힘든 순간을 드라마틱한 환경에서 촬영했다. 아역 배우들에게는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아이들의 행동은 매일 놀라웠다. 매우 감정적이고 힘든 장면을 꽤 드라마틱한 환경에서 촬영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와 끈기를 가지고 임해줬다. 현장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혔지만 우리는 거친 에너지를 포착하고 싶었고, 아이들이 원하는 장소가 되기 위해 현장을 충분히 재미있게 유지하려면 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Q. 영화가 모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자연 경관이 배경이 되고 마치 자연과 한 몸처럼 어우러져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도 나온다. 이러한 장면들을 촬영하는 데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나?
밖에서 뛰어노는 현실감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점점 더 우리의 놀이와 상상력이 디지털 스크린 안으로 옮겨지고 자연의 축복을 톤과 질감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자연 그대로를 담았고, 가능한 실제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 매혹적인 광경을 연출하고자 노력했다. 연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도 화산, 열대우림, 동굴에 대해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때 묻지 않는 장소로 가는 것이었다. 제작팀이 5,000명 주민이 살고 있는 섬의 산악 지형을 탐험하면서 새로 발견된 장소를 포함할 수 있도록 스크립트가 수정됐다. 인위적인 모습이 보이면 안 됐다. 영화의 많은 장소들은 전문 등산가들조차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영화 제작진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계단을 절벽으로 만들고, 도로를 화산 황무지로 만들었다. 안전한 촬영 환경, 색다른 야생 서식지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Q. 이 작품에 공감이 갔던 이유는 우리 모두 이러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 본인의 경험이 담긴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 가장 자신의 경험이 많이 부각된 부분은 무엇이었나?
엘리자와 내가 어렸을 때 퀸즈의 도로와 골목길에서 널빤지 상자를 가지고 했던 놀이들은 모두 현실이 되었고, 그 안에는 동물 친구들, 해적선, 마법의 섬, 기적과 모험심으로 가득했다. '웬디'는 우리로 하여금 아주 어린 친구들을 위해 남겨뒀다고 생각했던 기쁨과 경이로움을 통해 나이 든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결국, 우리는 이 영화로 성장할 수 있어서 좋았고, 모든 가능성을 품은 너덜너덜해진 깃발이 우리들의 배 위로 여전히 높이 날도록 해줬다.
Q.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는데, 어른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전해지길 바라는가?
이 영화를 통해 어른들이 성장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싶었다. 젊음이 인생에서 가장 거칠고 자유롭다는 이야기, 강인함과 에너지의 정점이라는 이야기. 이런 생각은 항상 ‘피터’에 대한 신화에 내재되어 있다. 어른과 아이 모두를 통제되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이끄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희망적으로 우리 모두가 종종 젊은이들에게만 부여했던 희망과 놀라움으로 ‘나이 듦’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바랐다.
Q. 피터팬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웬디'를 만날 한국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안녕하세요! 영화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영화를 만들며 7년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난과 모험이었고, 팬데믹 때문에 거의 개봉을 못할 뻔했습니다. 이 영화가 다시 자유를 찾고 열광하는 것을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며 극장들을 살리기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를 올려다 봐! (See above!)
*한편, 벤 자이틀린 감독의 영화 '웬디'는 오는 30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