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은 육체적인, 정신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스포츠다. 암벽을 올라가며 정상에 가까워질 때까지 자신의 체력과 정신을 동시에 부단하게 가다듬어야 하기에, 결말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영화 '클라이밍'(감독 김혜미)은 세 달 전 교통사고를 겪은 세현이 세계 클라이밍 대회를 앞두고 회복되지 않는 컨디션과 악몽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어느날 밤 사고가 났을 때 고장난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이 자신으로부터의 전화인 것을 깨닫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후 "너는 나고, 나는 너야"라고 말하는 상대방과 대화를 서로 이어나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휴대폰 건너에 존재하는 다른 자신이 임신한 사실이 자신의 몸과 일상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게 되며 두 '나'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은 점차 고조되어간다.
'클라이밍'은 주인공이 겪는 불안감을 세심하게 연출한 작품이다. 그러기에 무조건적인 공포의 감정보다는 주인공의 마음에 내재되어있는 우울한 감정 또한 더해져 스산한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킨다. 주인공의 아파트, 혹은 어머니의 집에 깔린 무채색의 배경과 현실적인 작화로 인해 스산한 분위기를 곳곳에 풍기며 관객들의 마음에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찝찝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더불어 임신을 한 상태로 커리어를 이어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요소들에 옥죄이며 삶을 잃어가는 인물의 서사는 관객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게 만든다.
물론 '클라이밍'은 친절하지는 않은 작품이다. 기괴함을 유발하기 위해 연출된 사건들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세심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기에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강렬하고 명확하다. 마치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처럼,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일상은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6월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