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나오는 가지각색의 아포칼립스 영화 덕분에 이젠 멸망의 서사엔 질릴 법도 한데, 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세계는 여전히 이토록 무서운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감독 존 크래신스키)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주인공인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분)이 아이들 대신 죽음을 선택한 아빠 리(존 크래신스키 분)가 없이 새롭게 세상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초중반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연출은 놀랍다. 청각 장애인인 첫째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분)의 시점에서 괴수가 등장하는 신을 표현하는 방식은 무음과 소음의 경계에서 탄생된다. 청각을 제외한 감각에 의존해 괴수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더불어 긴장감 넘치는 액션 신에 더해진 배우들의 연기는 경이롭다.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는 킬리언 머피는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 홀로 생을 마감하길 기다리는 아버지인 에멧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아들을 그리는 장면부터 괴수와의 싸움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모습까지 모든 감정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1편에 이어 등장하는 아이들, 특히 첫째 딸 레건의 역할을 맡은 밀리센트 시몬스의 연기도 눈에 띈다. 청각 장애인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으로 인해 그저 표정만으로도 느끼는 모든 감각을 설명하는 그의 연기는 감탄을 쏟아내게 만든다.
물론 선택 한 번에 사람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아포칼립스 영화의 특성으로 인해 꽤 고구마 지수가 높은 작품이긴 하다. 정도를 넘은 어리석은 선택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과도할 만큼 답답하게 만든다. 더불어 속편으로 넘어온 이후 스토리의 개연성에 구멍이 많아져 허겁지겁 마무리를 지은 느낌도 군데군데 목격된다. 1편에서 드러난 괴수의 명백한 약점으로 인해 주인공들이 다시 괴수에 맞서 싸우는 방식 또한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애초에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가 완벽하게 구성되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본편보다는 덜한 속편, 서사가 전개될수록 부족해지는 뒷심에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터지는 공포 포인트에 쾌감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이다. 6월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