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에서 ‘센’ 여고생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괴물신인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은 박주현은 곧바로 KBS드라마 <좀비탐정>에서 탐정사무소 인턴 공선지를 연기한다. 그리고, tvN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 연출 최준배, 제작 하이그라운드·스튜디오 인빅투스)로 돌아왔다.
'마우스'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 동네 순경 정바름(이승기)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형사 고무치(이희준)가 사이코패스 중 가장 악랄한 프레데터를 쫓는 장르물이다. 박주현은 이번 작품에서 오봉이를 연기한다. 오붕이는 10년 전 의문의 사건이 일어난 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란 걸 알게 돼 늘 '방어' 자세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쉼 없이 달려온 신예 박주현을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화상을 통해 만나보았다. 드라마의 마지막 비밀을 간직한 채 드라마 출연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마우스]가 끝났다. 소감을 말하자면.
▶박주현: “시원섭섭하다. 20부라는 긴 호흡을 맞추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이제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슬프다. 사랑하는 할머니를 바름(이승기)이 죽였잖은가. 그 사람을 믿었고, 사랑했는데 말이다. 복합적인 결말을 보게 된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 중 어느 한 사람 시원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삶을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 정바름이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 그가 프레데터라는 것을 알고는 심정이 복잡했을 텐데.
▶박주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기하는 게 힘들어졌다. 바름 오빠랑 같이 연기하는 씬이 많으니. 할머니를 죽인 것을 알고 대본을 봤지만 정말 잔인하다. 믿었던 바름이가 말이다. 너무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알콩달콩 찍을 게 산더미인데 말이다. 확 분리시켜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승기오빠도 마찬가지였다.”
▷ 이승기, 이희준 등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박주현: “제가 어리고 신인이어서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 내 연기가 어색하면 어떡하나. 선배님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지 고민할 때 의견도 나눠주시고, 많이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장르물이다보니 해맑게 촬영장에 올 수는 없지만 선배님들이 촬영 현장을 밝게 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밝게 촬영한 것 같다.”
● 박주현의 빛나는 연기, 오봉이
"대본을 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감독님을 찾아갔다. 감독님은 연출자가 그리는 그림과 배우가 그리는 그림이 같을 수 없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라고 하셨다. 박주현이란 배우는 마음 가는대로 연기할 때 빛난다고 말씀해주셨다."
▷ 오봉이는 할머니의 죽음 등 감정적으로 힘든 역할이었다. 연기를 하며 중점을 둔 게 있다며.
▶박주현: “드라마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오봉이의 서사, 할머니와의 관계가 애절해야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저런 상황에 처한 고등학생이 있다는 현실감을 주지 위해. 봉이의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를 먼저 공감하려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100프로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대한 노력했다.”
▷ 액션 연기는 어땠나.
▶박주현: “[인간수업]에서 액션을 원 없이 했었다. ‘마우스’에서 봉이의 액션은 서로 합을 맞춰 멋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많이 섞여 있는 액션이었다. 그게 어려웠다. 액션 연기하는 선배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액션을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한다. 액션을 어떻게 하든 몸이 아프다. 다치지 않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 장르물 속에서 만나는 몽글함
▷ ‘마우스’에서 박주현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기억될까.
▶박주현: “드라마 ‘마우스’하면 사이코패스, 인간헌터, 살인마.. 이런 키워드가 많이 떠올릴 텐데 저는 차갑고 딱딱한 장르물이지만 그 안에 나오는 인물들은 따듯한 심장을 가졌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다. 봉이도, 무치도 그렇다. 장르물의 느낌보다는 가슴 한편이 조금 몽글몽글해지는, 슬프기도 하고 씁쓸한 작품으로 기억된다면 감사할 것이다.”
▷ 오봉이는 어린 시절 겪은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다. 연기를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박주현: “오봉이는 아동 성폭행 피해자이다. 캐릭터 연기할 때 그 친구의 아픔을 최대한 이해하고 공감 해야 한다. 물론 100프로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픔을 가진 그 친구가 그 아픔을 딛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발버둥 치며 성장할 것이다. 이게 누군가가 봤을 때는 도움이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제가 그렇게 연기해서 일반화될까봐 그게 조심스러웠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조금씩, 한걸음씩이라도 나아가려고 하는 봉이의 모습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려고 했다. 조금 당차게 연기한 것 같다. 스스로에게 힘을 많이 얻었다.한 발 한 발, 늦어도 되니까 그렇게 가고 싶다. 많은 위안을 받았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다.”
▷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유전자 낙태’ 관련 이슈는 논쟁거리이다. 직접 피해자를 연기해본 입장에서 의견이 있다면. (드라마 최종회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 낙태 법안’이 압도적인 차이로 이 통과됐다고 나온다)
▶박주현: “진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자녀를 가져본 사람이,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다를 것 같다. 난 그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다. 김정난 선배님이 그런 상황에서 고통 받는 어머니로서, 모성애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셨다. 만약 박주현이 지금 선택을 한다면 그런 법안은 만들어져야할 것 같다. 피해자가 너무 많다. 피눈물이 나고,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니.”
● 인간수업, 마우스, 그리고 사일런스
▷ 최근 열린 백상예술대상 [인간수업]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박주현: “감사드린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생기는 것 같다. 더 성장해서 더 좋은 연기를 해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연기를 꿈꾸며 대학 생활한 동기들, 단역 연기할 때 만났던 선후배 분들,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연락왔다.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느끼고 순간 눈물이 났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 [인간수업]도 그렇고, [마우스]도 연기할 때 감정 소모가 컸을 것 같다. 어떻게 연기를 풀어나갔나.
▶박주현: “어떤 캐릭터가 되었던 소화시키는 원칙은 대본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본에 다 답이 있고, 대본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 막힐 때마다 대본을 본 것 같다.”
▷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베네딕터 컴버배치. 다양한 연기를 볼 때마다 저런 연기도 되구나 감탄하게 된다. 김혜자 선생님도 연기도 그렇다. 어머니 역할로 나오시지만 나올 때마다 다른 느낌이다. 늘 노력하시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너무나 존경스럽다. 꼭 같은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다.”
▷ ‘마우스’는 20부작이고, 매회 런닝 타임이 1시간을 훌쩍 넘는다. 촬영현장에서 지켜본 선배 연기자에게서 배우고, 닮고 싶은 점이 있었다면.
▶박주현: “정말 20부작이 되면 체력전이 된다. 극한의 피곤함, 심적 부담감에서 선배님들은 현장을 밝게 만들려고 하신다. 피씩 웃게라도 만든다. 저에겐 그런 작은 모습이 어른처럼 보였다. 저도 웃음을 잊지 말고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 ‘마우스’에서 크게 NG내었거나, 감정연기에서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되어 다시 찍은 장면이 있었다면.
▶박주현: “감정연기에서 NG를 안내는 편이다. 한 번에 전부를 뽑아내는 편이다. 그런데 마지막 회에서 파국이 나고 오빠를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울면 안 되는 신이다. 저주를 퍼부어야하는데 계속 눈물이 나는 거였다. 울면 안 되는데, 애가 너무 싫은데. 증오스럽고 너무 혐오스러운데 왜 마음 한구석엔 안타까움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어쨌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태어난 것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계속 눈물이 났다. 한참 울다가, 너무 울어서 눈이 부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성적으로 미워하고 증오하고 분노해야만 정상인데 살아온 시간과 관계, 대화가 있으니 한순간에 마음에서 툭 덜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박주현: “운이 좋아 지금까지 잘 온 것 같다. 내가 가진 색이 조금은 거칠 수도 있고 자유분방할 수도 있다. 박주현은 정형화되지 않은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잘 받아주는 시대에 있는 것 같다. 신인이 겁 없이 할 말을 다 하는 게 조심스러운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내가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면 선배님이 잘 받아주시고, 감독님도 그런 걸 좋아해 주신다. 그런데서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 차기작 <사일런스>를 소개해 주세요.
▶박주현: “‘사일런스’는 블록버스터이다. 골프 선수를 맡았다. 또 운동이다. 초반은 <좀비탐정>과 후반은 <마우스>와 함께 찍었다. 다른 작품하면서 틈틈이 골프연습 다니고. 최대한 대역 없이 내 역할을 소화하려고 했다. 공항대교에서 일어나는 재난물입니다.”
'사일런스'는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박주현과 함께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등이 출연한다.
▷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박주현: “올 하반기도 바쁘게 채워나가기를 바란다. 내 힘으로 오롯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도전을 해보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나든 박주현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작품을 기대한다.”
“코로나로 이렇게 화상 인터뷰를 해서 아쉽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하고 오봉이는 화면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