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2]가 코로나로 잔뜩 움츠렸던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을 때 뜻밖의 영화가 한 편 같이 개봉한다. 홍콩스타 유덕화(류더화)가 출연하는 ‘쇼크웨이브2’(원제:拆彈專家2)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17년 개봉되었던 ‘쇼크웨이브’의 속편이다. 1편에서 폭발물 해체전문가로 출연한 유덕화는 홍콩섬과 주룽 반도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폭파시키려는 테러단에 맞서 대활약을 펼치다 마지막에 장렬하게 산화한다. 그럼 속편은? 전편과 무관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신 유덕화는 여기서도 ‘폭발물해체전문가’로 등장한다.그리고 이번에는 폭발의 규모가 훨씬 크다. 악당들은 소형 핵무기로 홍콩공항을 날려버리고 홍콩을 괴멸시키려한다. 중요한 것은 유덕화가 악인인지, 선인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은 유덕화가 낼 모레가 환갑이라는 것이다.(1961년생) ‘천장지구’나 ‘열혈남아’, ‘무간도’ 때의 그 유덕화가 아니란 것이다. 성룡의 액션영화를 보며 가슴 아파하던 시절이 있었듯이 이제 덕화 형님 얼굴을 보며 애잔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원래 작년 여름 개봉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개봉이 미뤄지다가 중국에서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홍콩에서는 올 2월에 개봉되었다. 중국에서는 13억 위안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중국에서 개봉된 홍콩영화 중 역대 최고흥행기록 영화가 되었다.
[쇼크웨이브2]는 엄청난 볼거리로 시작된다. 소형 핵폭탄이 실린 지하철이 홍콩국제공항역으로 돌진하고, 경찰과 폭탄물처리반, 대테러부대가 총출동하여 테러리스트를 저지하려 하지만 결국 폭탄은 터지고 공항역, 활주로를 시작으로 홍콩은 풍비박산난다. 그런데 이 장면은 가상이란다. 누군가의 분투와 희생으로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유덕화는 홍콩 EOD(폭발물처리반)의 베테랑 요원. 지금 막 아파트 한 동을 날려버릴 뻔한 시한폭탄을 처리하지만, 뜻밖의 2차 폭발이 발생한다. 유덕화의 한쪽 다리도 이때 희생된다. 유덕화는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나서고 여전히 현역에서 ‘폭판처리반’으로 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상부는 그를 행정직으로 돌리려한다. 이에 분노한 유덕화는 경찰을 뛰쳐나온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유덕화는 호텔 폭탄테러 잔해더미에서 발견되는데 충격으로 기억상실 증세를 보인다. 홍콩당국은 그를 테러단의 폭탄전문가로 파악한다. 어찌된 일일까. 유덕화는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폭탄전문가인지, 아니면 누군가 테러단체에 심어 넣은 워띠(臥底,언더커버)인지 혼란스러워하며 마구 내달려야한다.
‘쇼크웨이브2’에서는 유덕화만큼 반가운 홍콩배우 유청운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은 2002년 ‘역고력고신년재’라는 영화 이후 무려 18년 만에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되었다. 유덕화의 전(前)애인으로 나오는 배우는 ‘니니’이다. 장예모 감독의 <진닝의 13소녀>로 데뷔한 중국 여배우이다. 영화 끝나고 나오는 주제가 ‘날 믿어’(相信我)는 유덕화와 니니가 불렀다.
홍콩의 치안이나 외세의 개입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이미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홍콩의 그 휘황찬란한 야경과 빼곡한 고층빌딩들, 그리고 인프라를 한순간에 날리려는 테러리스트가 등장한다면? 홍콩의 영화인들은 중국적 음모론과 할리우드적 상상력, 그리고 일정수준에 오른 특수효과 기술을 총동원하여 이런 영화도 만들어낸다. 비록 캐릭터와 설정이 허술하고, 스토리 전개가 너무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많은 영화에서 보아오던 홍콩의 명소 - 국제금융센터, 칭마대교, 국제공항 등이 자살폭탄 조끼수준이 아니라 소형 핵무기로 날려버리는 장관이 만나볼 수 있다. 그야말로 볼거리는 대폭발한다.
참, ‘쇼크웨이브’를 감독한 구예도(邱禮濤) 감독은 ‘화이트스톰2:마약전쟁’과 ‘엽문’시리즈 몇 편, 그리고 호러매니아들이 구해본다는 ‘팔선반점인육만두’를 감독한 사람이다. 그 투박한 홍콩영화를 기억한다면 요즘 홍콩 영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이다. 5월 20일 개봉/15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