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으로 밀당하는 남자, 빈 디젤이 돌아왔다. 황당한 집안 사정이지만 이번에도 눈은 즐겁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감독 저스틴 린)는 정착을 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돔(빈 디젤 분) 앞에 미스터리한 메시지가 도착하게 되고 돔의 팀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던 중 잊고 있던 돔의 동생 제이콥(존 시나 분)을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작품에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굳건히 지탱해온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여전히 유쾌한 개그 듀오 테즈(루다크리스 분)와 로만(타이레스 깁슨 분), 미아(조나다 브류스터 분), 그리고 무려 한(성 강 분)까지 컴백한다.
이번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우주급 스케일이라고 하더니 진짜 우주로 가버리는 신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액션신이 이제 글로 설명할 수가 없는 수준에 오른 것이다. 기존의 긴박감 넘치는 카레이싱 장면과 더불어 강력 자석을 이용해 사물들을 조종하는 신, 마치 인간 저글링을 하듯 사람들을 차로 주고 받는 신 등 다양한 액션 장치와 볼거리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현란한 장면들이 작품을 장식하는 가운데 돔은 추적당하는 상황에서 지뢰밭 위를 질주하고 벼랑 끝에 몰린 순간 절벽으로 뛰어든다. 죽지 않기 위해 왠지 더 죽을 것만 같은 길을 선택하는 그의 사고방식은 소나무같이 한결같다. 그가 아찔한 선택을 할 때마다 주인공 버프가 있음을 알면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건 온전히 관객들의 입장이다. 이쯤에서 오래된 의문이 다시 떠오른다. 빈 디젤의 목숨은 과연 한 개가 맞는가.
물론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전작들처럼 이번 작품 또한 개연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갑자기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이 나타났음에도 모두가 그의 집안 사정에 수긍하고 숙연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작품이 흘러가며 서로를 위협하던 형과 동생이 그저 눈빛 교환을 통해 서사를 이어나가는 과정 또한 익숙하다. 물론 친절한 설명이 없으니 둘 사이에 어떤 텔레파시가 오갔는지 관객들이 알 길은 없다. 한의 컴백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어떻게 차 사고에서 살아남았는지 급조된 서사가 제시되지만 구멍이 뚫린 개연성에 대략 할 말이 없어진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 어떤 서사든 상관없다. 그냥 한은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되고 돔과 식구들은 계속해서 가족의 이름으로 뭉쳐 관객들을 전율시킬 카레이싱을 펼치면 된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관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절정의 엔터테인먼트인 '분노의 질주'를 유쾌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가져야 할 마음의 준비다. 5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