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하는 한국+독립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정다은은 부모가 계신 춘천 집을 떠나 서울에서 갓 취직한 사회초년생 수진을 연기한다. 카드회사 콜센터 수습상담원으로 입사한 수진은 베테랑 상담사 진아(공승연)에게서 업무요령을 배우기 시작한다. 일을 배우기가 쉽지가 않다. 수진은 버틸 수 있을까. 줄곧 힘들고, 사연 있는 인물을 연기해온 정다은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다은은 2016년 중학생 때 단편영화 <동물원>에 출연했다. 중학생 네 명이 동물원으로 숙제를 하러가는 이 작품에서 정다은은 점수에만 집착하는 현주를 연기한다. 이어 독립영화 <여름밤>에서는 과외를 받는 고3수험생을 연기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마도 <선희와 슬기>이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고등학생 선희는 작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고, 끝내 큰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그 사이 법무부에서 만든 웹드라마 <날아올라>에서는 학교폭력의 피해자 역할을 맡았다.
● 정다은 배우의 과거, 독립영화로 시작하다
▷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몇 번 보았나.
정다은: “두 번 보았다. 기자시사회 때. 그리고 지난 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 그동안 학생시절에 출연했던 영화들을 보면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출연제의가 들어오면 시나리오를 누가 보고 결정하는가.
정다은: “내가 직접 읽고 결정한다.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이 들어왔다.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대본을 보았을 때 딱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제가 놓치지 않고 연기했던 것이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네가 결정하라고 하신다. 크게 관여를 안 하신다.”
▷ 그동안 출연한 영화를 보면 캐릭터가 조금 일관성이 있는 것도 같다.
정다은: “오디션을 볼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제 눈에 사연이 있어 보인다고 한다.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다루기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 작품을 통해서 그런 상황을 일찍 만나 연기를 한 것이다.”
▷ 언제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정다은: “초등학생 때 [클래식]을 보았는데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아마 그때 연기나 영화를 생각한 것 같다.”
▷ ‘클래식’이라.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았는지. 조승우의 마지막 피아노 장면?
정다은: “초반에 등장하는 내레이션. 같은 사람이 연기한다. 딸이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시작하는 설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윤희에게>도 엄마의 이야기를 딸이 시작하더라. 그런 설정을 좋아하나보다.”
▷ 고등학교를 다니다 검정고시를 치렀다. 그동안 맡아온 영화들과 오버랩 된다.
정다은: “하하. 그런 건 아니다. 고등학교 중간에 그만두었다. 여고를 다녔는데 그때 친구가 제일 친하고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고등학생 때 즐길 수 있는 건 다 즐겼다. 매점 가고, 떡볶이 사먹고 그랬다. 아침에 셔틀타고 학교가고, 연극동아리 활동도 하고.”
▷ 아, 고등학교 때 연극의 맛을 보았군요.
정다은: “연극동아리였는데 영화도 찍어볼 수 있었다. 촬영장비 빌려서 우리끼리 배우, 연출 정하고, 시나리오 쓰고 콘티 짜고 영화를 찍었다. 학교축제 때 상영했다.”
▷ 정다은의 역할은?
정다은: “연출을 했었다. 작품 제목이 ‘계란후라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이 계란후라이다. 달걀은 깰 때마다 프라이팬에 퍼지는 모습이 매번 다르잖은가. 사람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을 통해 학생들의 불안함, 관객들의 불안정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일종의 비유였다.”
▷ 와,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 반응은 어땠었나.
정다은: “학교에서 상영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우는 친구도 있었다. 재밌는 기억이었다. 쉬는 시간에 공책에 시나리오를 써보고, 밤 10시까지 스타벅스에서 뭔가를 긁적거리고 그랬었다. 연출을 하고 싶다는 두 번째 꿈을 꾼 모양이다.”
● 딱 스물 살 감성을 연기하다
▷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자신이 맡은 수진이는 어떤 인물인가.
정다은: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수진을 그렸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열정은 가득하고, 의욕이 넘친다. 그런데 혼자인 것이 무서운 딱 스물 살의 감성이다. 보이는 캐릭터가 다이다. 부연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캐릭터였다.”
▷ 수진이 상담원으로 잠깐 일할 때 진상 고객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2년 월드컵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에게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정다은: “그 장면에서 물음표를 가졌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몰라서. 감독님이 설명해 주셨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장이었다고.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고, 그런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라고.”
▷ 그럼, 정다은 배우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
정다은: “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저는 미래로 가고 싶다. 과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다시 해보고 싶은 것도 아직은 없다. 그래서 미래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 그럼 여태 자신이 출연한 작품 중 아쉬운 작품이 있나. 흑역사라고 할 만한 것들.
정다은: “물론 아쉬운 작품은 많다. 그렇다고 보완해서 다시 찍고 싶은 작품은 없다.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찍는다고 해도 그런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진아를 둘러싸고 수진의 역할, 성훈의 역할이 있다.
정다은: “그렇다. 수진은 진아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미래의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아는 수진을 보면서 과거의 자신을 생각할 것이다. 진아 입장에서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잊혀져가는 인연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것이다.”
▷ 그럼, 수진은 왜 직장을 그만 둘까요.
정다은: “진아는 수진을 멋있는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둘 사이에 작은 일이 생긴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전화를 하지만 수진의 마음속은 복잡할 것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사회생활이 멋있지만은 않구나. 그런 것을 보고는 꿈을 접은 것 같다.”
“(그 뒤로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부모님 품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그런 식이 될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면서 힘들게 살 것 같다. 그렇게 살다보면 진아처럼 될 것이다.“
▷ 정다은 배우는 어떤 타입인가.
정다은: “수진이 같은 타입은 아니다. 처음 시작하기 전 과연 내가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확신이 안서면 시작을 안 한다. 무언가 하게 된다면 그것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아직까지는 뭔가를 포기해 본적이 없다.”
▷ 자신이 출연한 작품 중 반응이 제일 많았던, 좋았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정다은: “피드백이 좋았던 작품은 웹드라마 [연애혁명]이다.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웹드라마이고 소재가 그렇다보니 10대와 20대 친구들이 많이 보고 그만큼 피드백이 빠른 것 같다.”
● 10년 뒤에도 열심히 연기할 것이다
▷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출한 출연진에 구성도 단순하다. 하지만 조금 무거운 감정을 전해준다.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 같은가.
정다은: “마냥 무거운 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현실 환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진아의 결말이 행복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빠랑 다시 이야기(전화통화)하는 장면도 있고. 크게 슬프지도 않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큰 사건도 없고, 자극적인 일도 없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에 본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가 있다면.
정다은: “‘노매드랜드’를 봤는데 어려운 예술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작품이 인상에 남는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정다은: “무엇이든지 다하고 싶다. 코미디, 블랙코미디도 하고 싶다. 코미디로 시작해서 풀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액션도 해보고 싶다. 안 해 본 것이 많으니.”
▷ 10년 뒤 정다은은?
정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연기하고 작품할 것이다.”
단편영화를 거쳐 독립영화 '여중생A', '선희와 슬기', '비밀의 정원'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고 있는 정다은의 신작 <혼자 사는 사람들>은 19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