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3관왕을 거머쥔 영화 ‘낫아웃’(감독 이정곤)은 고교야구부 유망주 광호가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고 추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정곤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주연 정재광의 내면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배우 정재광은 마치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듯한 순수함과 무지함, 그리고 현실을 향해 토해낸 바득바득한 울분과 고통을 훌륭히 연기했다.
Q. 이정곤 감독은 전작 '보희와 녹양'의 조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인연이 닿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감독님과 2016년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인사하고 번호를 교환했다. 영화 ‘수난이대’를 보고 자신이 야구 영화 시나리오 쓰는 게 있는데 준비가 된다면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번호만 교환했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결혼하신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다 감독님이 결혼식 하루 전날 집 앞에 찾아오셨다. 청첩장을 주시려나 했는데 가방에서 시나리오가 든 서류 봉투를 주셨다. 4년 전에 기억나냐고 같이 하자고 이야기하셨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당시 ‘버티고’ 끝나고 드라마 두세 개를 준비하고 있다가 선택을 해야 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이 작품을 통해 내가 큰 산을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낫아웃'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 올랐고 3관왕을 거머쥐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 소감은 어떠한가?
‘낫아웃’은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걱정이 많이 됐다가 정말 운 좋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에 올라가게 됐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Q. 작품 속에서 고등학생 연기를 했는데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실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역할인데도 야구를 해본 고등학생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이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전에는 야구를 보지 않아서 룰조차 몰랐다. 룰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로케이션 가는 곳에 나를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 고등학생 야구부 전국 대회가 있었다. 운이 좋게 학생들을 관찰하게 됐다. 그중에서 한 명이 있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광호의 모습과 일치했다. 그 친구를 통해서 인물을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오전에는 근력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야구 학원을 다니면서 야구를 배웠다. 주말에는 수염 왁싱과 태닝을 했다. 다음날 엄청 따가워서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웃음) 그렇게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광호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Q. 이런 노력 덕분에 완성된 훌륭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본인의 실제 학창 시절은 어땠으며 작품의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사실 작품 속 광호가 보낸 학창 시절은 내 실제 학창 시절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봤던 친구들 통해서 많은 영감을 얻어 연기했다. 나는 학창 시절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어서 고민했다. 당시 학원 선생님이 처음에 떨어진다고 지방대를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나는 절실했다. 연기를 하고 싶은 절실함, 내가 안 된다는 두려움, 이 감정을 극대화하면 광호와 가까워지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Q. 인생에서 모두가 그런 감정을 한 번쯤은 느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더욱 광호를 응원하며 작품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촬영 때 수제비 가게에서 아빠에게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을 촬영하면서 온 스태프와 한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미술 스태프 중 한 분이 미술 입시 때 생각난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셨다. 모두가 광호를 따라 응원하는 분위기로 촬영을 했다. 좋은 분위기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배우들 중 다른 작품들에서 신 스틸러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함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친구 민철의 경우가 그렇다. 촬영장에서 상대 배우들과의 에피소드가 있었나?
영화에 오토바이 신이 많은데 이규성 배우가 오토바이를 한 번도 탄 적이 없다. 사전 제작 단계부터 일주일에 5-6번씩 만나면서 운전 연습을 했다. 내가 이규성 배우 오토바이 뒤편에 앉아있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한 번 이규성이 운전을 불안하게 해서 “규성아 괜찮아?”라고 물었다.(웃음) 하지만 촬영 들어가는 순간 잘 타는 사람처럼 연기를 하고 있어서 나는 뒤에서 그의 연기를 감상하며 감탄했다.
Q. 앞으로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고 들었다.
JTBC 드라마 ‘알고있지만’과 영화 ‘파이프라인’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파이프라인’에서는 순경 역으로 나오는데 범인들을 쫓는, 조금은 멍청한 역으로 나온다. 눈앞에서 계속 범인들을 놓치는 과정을 통해 빙구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Q. 코로나를 뚫고 찾아와 줄 관객들에게 '낫아웃'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느끼는 두려움이 어떤 것이 됐든 잠식되지 않고 각자의 꿈들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일일 수도 있지만 영화 ‘낫아웃’을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영화는 ‘낫아웃’, 코로나는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