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가해자들이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그러기에 시간이 흘러도 그 잘못이 옅어지지 않게 그 일들을 기억하고 상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 분)이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처단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당시 책임자였던 박기준(박근형 분)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결국 박기준의 곁에 도달한다. 그는 박기준의 목숨을 빼앗을 날만 노리며 계획을 실현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한 분노와 일갈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죄를 용서하는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죄를 지었던 사람이 뻔뻔하게 '교회에 오면 하나님이 다 용서해주신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는 부분 또한 인상 깊다. 죄의 무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뿐임에도 불구하고 죄에 대해 가볍게 여기고 이미 용서받았다 주장하는 뻔뻔한 가해자의 만행은 씁쓸하게도 우리 사회의 현 모습과도 같다.
특히 주연 배우 안성기의 연기가 인상 깊다. 작품 초반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신으로 등장하는 그는 그저 표정 연기만으로 주인공이 느끼는 모든 심리를 절절히 표현했다. 또한 복수를 결연하게 다짐하는 신, 분노하는 신에서도 안성기의 내면 연기는 빛을 발한다.
물론 저예산 영화임이 티가 나는 부분들, 어색한 액션신 등 관객들의 몰입도가 끊기는 신들이 등장하긴 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뼈대 있는 서사가 받쳐주는 뒷심이 있어 눈을 떼지 못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복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주인공의 서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로 인해 답답했던 스트레스를 날리는 통쾌함을 얻는다. "먼저 용서하면 편하다"는 말이 가해자들의 변명이었을 뿐을 깨닫게 되며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정의의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5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