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급습한 코로나로 마블 히어로들이 주춤한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블랙 파워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틈새를 매우고 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감독: 조지 C. 울프 원제:Ma Rainey's Black Bottom)도 그런 카테고리에 포함될 영화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반짝반짝 빛났던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Gertrude ‘Ma’ Rainey)의 삶을 다룬다. ‘흑인’의 위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하지만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미국다워지던 그 시점에 흑인은 삶은 ‘바닥’이었다.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은 20세기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경험과 유산을 연대기적으로 쓴 ‘피츠버그 사이클’(The Pittsburgh Cycle) 연작을 발표했다. 100년의 삶을 10년씩 끊어 흑인의 삶을 극화한 것이다. 그중 한 작품이 바로 1920년대의 마 레이니의 노래를 다룬 이 작품이다. 윌슨의 극본은 댄젤 워싱턴의 제작으로 넷플릭스에서 완성되었다. 그렇다고 흑인 가수가 백인의 세상에서 분투하여 영광스러운 승리를 쟁취한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1927년의 어느 여름날, 백인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마 레이니는 그녀의 대표곡 ‘블랙 보톰’(Black Bottom)을 녹음할 예정이다. 그녀와 그녀의 세션이 창고같은 녹음실에 도착하지만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다. 백인 프로듀서와 부딪치는 흑백갈등과 함께 흑인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영화의 대부분은 바로 그 ‘파라마운트 녹음실’ 안에서 이뤄진다. 그 하루 동안 ‘미국사회에서의 흑인의 위상’을 담기에는 충분한 듯 하다.
비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한 마 레이니는 실존인물이다. 그녀의 노래에 맞춰 음악을 연주하는 나머지 흑인 아티스트는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연주자 중 트럼펫을 담당한 레비는 채드윅 보즈만이 연기한다. 이들 연주자들은 마 레이니가 활동했을 당시 그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여러 사람들을 합친 캐릭터일 것이다.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마 레이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1800년대에서 1900년대로 넘어가며 백인 청중을 상대로 하던 ‘보드빌’ 공연에서 ‘마 레이니’ 같은 컨트리 블루스 가수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는 1923년 파라마운트와 계약한 최초의 흑인 아티스트중의 한 명이 된다. 그녀가 히트시킨 노래는 "Moonshine Blues", "See Rider", "Trust No Man" 등이 있다.
이 영화에는 마 레이니의 성적 취향을 알 수 있는 장면이 잠깐 등장한다. 테일러 페이지가 연기한 듀시 매는 실존가수 베시 스미스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그런 측면 말고도 그녀의 노래에서도 페미니스트의 유산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 영화의 힘은 어거스트 윌슨의 정교한 극본과 마 레이니의 소울 풀한 노래, 그리고 흑인 배우들이 하나씩 폭발시키는 흑인 감성일 것이다. 특히 채드윅 보스만이 펼치는 ‘노란 구두’와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신성모독의 분노는 10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흑인의 분노를 대변한다.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분장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다. 이 힘 있는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