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6일,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비극적인 날이다. 7년의 세월이 흘렸지만 누군가에겐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박근영 감독의 <한강에게>는 시간이 치유할 수 없는 상처, 그러나 시간만이 유일한 희망일 것 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슬픔과 아픔을 담담하게.
젊은 시인 진아(강진아 분)는 글을 쓸 수가 없다. 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출판사와 시집 출간 이야기를 하면서도 슬픔에 젖어있다. 진아에는 슬픈 일이 있었다. 오랜 연인 길우(강길우)가 한강에 빠져 혼수상태이고, 지금은 병원에서 위태롭게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 진아는 살려고 발버둥 친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길우와 함께 있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병원에서, 강의실에서, 출판사 사무실에서.
‘한강에게’의 박근영 감독은 “비극은 잊히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슬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감정을 기억하는 일. 우리가 흘려보낸 이 시절을, 사랑했던 사람들과 시와 시인들을, 기쁨과 아픔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박근영 감독은 시를 쓰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풀지 못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을 이끈다. 진아가 처한 상황을 차츰 인지하게 되면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길우에게 닥친 사고의 순간이나, 비극의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던져놓은 상황처럼 진아도 슬프고, 관객도 당황스럽다. 그리고 벗어나려, 이겨내려 애쓰는 것이다.
영화에서 진아는 길우와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행복했던 순간, 아쉬워했던 순간, 사랑했던 순간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처음 만난 순간까지. 그리고 황량하게 끝나버릴 마지막 순간까지.
진도 맹골도 앞바다와 서울 한강은 저만치 떨어져있다. 하지만, 슬픔을 마냥 삼키기에는 물의 깊이와 시간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을 알 것이다. 박근영 감독이 시인의 마음으로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송별가’는 결코 끝나지 않을 슬픔일 것이다. 내일이 되어도, 내년이 되어도 말이다.
박근영 감독의 두번째 작품 <정말 먼 곳>이 최근 개봉되었다. 감독은 그 영화도 시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