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죠. '실패하는 투쟁은 포기하는 투쟁이다'. 그래서 우리는 42년 동안 투쟁하고 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비슷한 역사의 상흔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이 있다. 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인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감독 임흥순)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겪은 학살의 고통을 다루고 있다. 아직도 아픈 역사 속 시대를 겪고 살아남은 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이 작품은 그날의 진상을 조명함과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이 투쟁한 기록을 되짚어본다.
"그걸 보고 인자 거기서 기절해부럿제 내가. 세상에 엊그저께 팔팔했던 자식이." / "내 소원은 인자 우리 아들 뼈라도 찾아서 묻어주고 가면 좋겄는디. 그것을 내가 죽기 전에 찾아질랑가 안 찾아질랑가."
"군인들은 우리가 여자라고 하찮게 봤어요. 우리를 '미친 여자들'이라고 불렀어요. 저러다 지치겠지. 아줌마들이 뭘 하겠다고. 집으로 울면서 돌아갈 걸. 완벽한 오판이었죠. 우리는 집에서 우는 대신 투쟁에 나섰거든요."
이 작품은 5월 18일을 기억하는 이들의 기록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겨진 이들의 증언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다른 사건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딘가 닮아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그날의 무력했던 순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눈 앞에서 잃었던 순간들을 절절히 묘사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광주,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머니들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강제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77년부터 시작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니들의 5월 광장 침묵 행진은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5월 18일 자신의 자식을 먼저 보냈던 광주의 어머니들은 아직까지도 그날에 대한 한과 자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작품의 제목에 들어가 있는 '좋은 빛'과 '좋은 공기'는 이중의 의미를 가진다. 지명에 담긴 뜻이기도 하나, 더 나아가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를 향한 자양분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는 우리가 역사의 상흔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좋은 빛, 좋은 공기'는 '과거에 대한 공감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전언을 던진다. 마치 아르헨티나 광장에서 "기억과 미래를 만들어 가는 41년"이라는 노래 후렴구와 함께 시위를 이어나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처럼, 과거가 지나간다고 해도 그 과거를 마주해야 할 우리들의 몫은 여전히 여기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4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