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늦게 열린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노매드랜드’(Nomadland), ‘맹크’, ‘미나리’ 등 8편이 선정됐다. 그 중 <노매드랜드>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촬영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의 감독인 클로이 자오는 감독, 각본, 편집, 제작 네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주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함께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받고 있어 영화 팬들의 기대가 크다.
‘노매드(유목민)’라는 단어는 더는 유쾌한 방랑자의 로망이 아니다. 영화는 61세 백인 여성 펀이 주석 광산 폐쇄와 남편의 죽음 이후 낡은 밴을 집 삼아 미국을 떠도는 삶을 담는다. 아마존 물류창고, 식당, 국립공원 등 계절마다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펀은 다양한 노매드들을 만나 그들과 우정을 쌓는다. 이들 대부분은 경제난, 실직, 빚 등 현실적 한계에 내몰려 떠돌이 생활을 선택한 이들이다.
영화의 뿌리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 ‘Nomadland: Surviving America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노령의 미국인을 취재한 이 책은,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주도로 영화화됐다. 그 안에서 ‘홈리스’가 아닌 ‘집이 없는(houseless) 사람’이라는 펀의 대사는 주거와 노동, 인간의 품위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노매드랜드>는 차에서 자고 일용직을 떠도는 삶이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차박, ‘밴 라이프’란 해시태그의 낭만은 이 영화에 없다. 영화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로 결론짓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일부러 드러내지 않은 채 관객과 함께 질문을 공유한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자기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 물음을 던진다.
감독 클로이 자오는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이터널스’를 연출했고, 새로운 SF 서부극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노매드랜드>는 거대한 미국 사회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 그리고 삶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려는 사람들의 진한 초상을 그려내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오늘(15일),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