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거래>(각본)와 <신세계>(각본+연출)로 한국형 느와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박훈정 감독이 <브이아이피>와 <마녀>를 거쳐 <낙원의 밤>으로 돌아왔다. 극장 대신 넷플릭스로 공개된 이 작품은 박훈정 표 느와르의 진화를 증명한다. <낙원의 밤>의 세계는 대규모 조직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나 킬러들의 국제판이 아닌, 소박하면서도 독특하게 조폭의 운명을 그린다.
양사장(박호산) 밑의 태구(엄태구)는 보스에게 충성하는 조직원으로, 도회장(손병호)이 탐낼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다. 첫 장면에서는 황사장(차순배)이 “태구 너 빼면 양사장은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하며, 태구의 중요성과 ‘당랑거철’의 은유로 이 암흑세계의 본질을 암시한다. 태구는 양사장을 위해 도회장을 죽이고 제주도로 도피하지만 곧 마이사(차승원)가 복수를 위해 모두를 쫓는다. 피로 얼룩진 전개 속에서 태구는 제주도에서 재연(전여빈)을 만나고, 이 만남은 영화의 강렬한 후반부를 이끈다. 총과 칼, 피와 시체의 행렬 속에서도 짙은 운명론과 자기파괴적 비극미가 깃든다.
한국 느와르의 계보에서 <낙원의 밤>은 박훈정의 타란티노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인물의 내면과 폭력의 미학을 담아낸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제주도의 한가운데, 마치 ‘와호장룡’처럼 감춰진 인물 재연의 존재감도 두드러진다. 박훈정은 여성 킬러라는 꿈을 이번에 완성했고, 속편의 여운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낸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서 공개된 <낙원의 밤>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느와르와 박훈정 스타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강력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9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