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가 엘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이 어린이소설 <오즈의 마법사> 첫 권을 내놓은 것은 1900년이다. 그리고 주제가 “오버 더 레인버우”로 유명한 주디 갤런드 주연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나온 게 1939년이다. <오즈의 마법사>에는 100년도 더 전에 나온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정치체제에서 인종차별 문제까지 말이다. 그런 이미지는 뮤지컬 <위키드>의 등장과 함께 더 확고해졌다.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맥과이어는 엘 프랭크 바움의 클래식을 충분히 비튼다. 커다란 줄거리에서부터, 등장인물, 그들의 사연과 운명까지 말이다. 워낙 많이 알려진 원작이기에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참신했고, 흥미로웠다. 소설 <위키드>는 캔자스 시골마을의 도로시가 주인공이 아니다. (허리케인에 날려간) 도로시의 오두막 집에 비참하게 깔려죽은 사악한 서쪽마녀(Wicked Witch of the West)의 언니인 ‘동쪽마녀’ 엘파바의 이야기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어쨌든 ‘깔려죽은’ 마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악명 높은 서쪽마녀가 죽었다니 “Good news! ”란다. 지금 에메랄드시티의 ‘인싸’인 글린다는 학창시절 소문난 찌질이였다는 엘파바와의 관계를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엘파바는 눈에 띄는 녹색 피부와 촌스러운 스타일로 금세 학교의 ‘앗사’가 되었으니. 그런데 엘파바에겐 ‘오즈의 마법사’를 능가하는 마법을 힘이 있었다. 처음엔 부딪치고 갈등하던 엘파바와 글린다가 자연스레 좋은 룸메이트로, 그리고 소울메이트로 진화한다. 한없이 무겁고 침울했던 소설 위키드는 환상적이고 신나는 알록달록한 뮤지컬로 변신했다.
1막 마지막에 주인공 엘파바가 무대 위로 날아오르며 부르는 'Defying Gravity'는 관객의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버릴 만큼 폭발적이다.
<위키드>는 2013년 샤롯데에서 한국초연무대를 가졌고, 2016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에 이어 이번 시즌 블루스퀘어에서 다시 한 번 판타스틱 매직쇼를 펼치고 있다. 옥주현과 손승연이 엘파바를, 정선아와 나하나가 매력적인 글린다를 연기한다.
뮤지컬 <위키드>는 5월 2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이어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5월 20일부터는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