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내게로 와 나의 음악이 되리라."
사람은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하지만 음악은 누군가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흉측한 얼굴로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오페라의 유령, 사람들 사이에서 '팬텀'이라는 괴담으로 불리는 에릭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파리 거리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악보를 판매하는 크리스틴 다에가 그에게 반한 필립 드 샹동 백작의 소개로 오페라 극장에 취직하게 되고 그곳에서 오페라 지하에 숨어 살고 있던 에릭을 만나게 된다.
에릭은 점점 천사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크리스틴에게 빠지게 되고 크리스틴의 음악 선생님을 자처하며 점점 사랑의 감정을 쌓아나가기 시작한다. 크리스틴은 에릭으로 인해 노래 실력이 월등히 늘게 되고 오페라 무대의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된다.
하지만 허영심 많은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주인이자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마담 카를로타가 크리스틴의 데뷔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고 이에 분노한 에릭은 복수를 감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에릭은 실신해 쓰러진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 세계로 숨어버리고 경찰들이 에릭을 쫓게 되며 서사는 비극으로 점차 치닫게 된다.
뮤지컬 '팬텀'은 다양한 인물들 사이의 전개를 급박하게 이끌어나간다. 다채로운 무대 장치들이 등장하며 각 인물들의 대화와 심적 변화를 따라가는 과정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또한 에릭과 크리스틴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나가는 시나리오는 관객들에게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지하 세계에 갇혀 살던 에릭에게 한 줄기의 구원이나 다름없었던 음악은 그를 일깨우고 바깥 세상의 일을 잘 알지 못했던 그가 확장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는 자신의 흉측한 얼굴 때문에 크리스틴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크리스틴과 에릭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작품 초반부에 크리스틴이라는 존재 자체에 집착하던 에릭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크리스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괜찮은 삶이었다고 깨닫는 모습은 그가 이미 사람이 아닌, 음악에 구원받았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캐스트들의 환상적인 앙상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메시지가 존재하는 '팬텀'은 세상의 편견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치유 받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