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아픔을 마주한 이들을 위한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이 극장가를 찾아온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은 소설가 창석(연우진 분)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들은 모두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이들로 저마다 자신의 아픔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종관 감독은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두 사람 간의 대화를 중점으로 전작을 만들어왔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형식적인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작들과의 연결성을 언급하며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렇게 구성을 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인데 어느 부분은 전과 닮았지만 한 인물이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심적 변화를 겪는 이야기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형식적인 차이가 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창석 역을 맡은 연우진은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랜 외국 생활 후 돌아온 창석 역을 맡았다. 바쁜 일상이 이어지지만 감독님과 함께 하는 작업 시간 동안에는 여유를 가지는 느낌이라 좋았다”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바쁘게 달려온 시간 속에서 꾸며낸 스스로의 모습들이 많았는데 그런 모습들을 많이 없애고 비워가는 시간이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더불어 그는 ”훌륭한 배우분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 연기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야기를 하는 입장보다는 들어주는 입장에 가까운 성격이다. 모든 것을 비우고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이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빠져들고 스스로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언급했다.
바텐더 주은 역을 맡은 이주영은 시나리오에 대해 “이때까지 작업했던 작품들과 연결이 되는 느낌이었다. 김종관 감독님의 세계관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가웠다. 주은이라는 캐릭터는 아픔이 있는 캐릭터인데 아픔에 빠져있고 낙담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 같으면서도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등장 신에) 두 사람밖에 없어서 대사 같은 것들이 좀 더 재밌고 매끄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촬영에 기울인 노력을 언급했다.
더불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연우진에 대해 “연우진 배우는 부드러운 힘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다른 느낌의 매력이 있었다. 그동안 만났던 캐릭터들이 자극적이라면 연우진 배우는 부드러운 힘과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편집자 유진 역을 맡은 윤혜리는 이번 역할을 통해 처음으로 김종관 감독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언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우리가 자주 듣는 축약어라던지 유행어 같은 것도 전혀 없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관객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우진 배우에 대해 “나만 알고 있는 연기적인 콘셉트를 정했다. ‘대학 때 좋아했을 법한 선배’였다. ‘아 저 사람 저렇게 변했지?’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고 말하며 장내를 훈훈한 분위기로 물들였다.
마지막으로, 김종관 감독은 영화를 찾아줄 관객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이 슬픔에만 잠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여서 더욱 어두운 영역이라도 그것을 위장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 영화 안에서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치를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한편, 상실의 심상을 다룬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월 31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