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족들은 갈등을 겪는다. 그로 인해 태어난 균열이 때론 고통을 낳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연대하는 힘을 주고, 서로를 구원하는 기회를 선물하기도 한다.
'미나리'(감독 정이삭)은 한인 가족이 한국 채소 농장을 일으키겠다는 꿈 하나로 아칸소로 향하지만 어려운 현실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극중 한예리는 제이콥(스티븐 연 분)의 꿈을 따라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며 갈등을 빚는 아내 모니카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그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을 의연하게 키우고 가정 내의 불화를 해결하는 등 단단한 뿌리로서 가족을 지탱하는 인물이다.
Q. '미나리'가 해외 다수 시상식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기사가 나가는 것이 너무 쑥쓰러워서 더이상 안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웃음) 기분이 좋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하를 받을 때마다 얼떨떨하긴 하다. 나도 기사로 접했지 내가 트로피를 받거나 상장을 받거나 축하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지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웃음) 아직도 쑥쓰럽다.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마음이나 목표가 있었다면 자랑스럽게 말을 할 텐데 그런 것이 정말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찍은 작품이다. 내가 시상식 현장에 있지 않아서 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
Q. '미나리'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공감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미국은 이민자들의 땅이다. '미나리'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그 다음 세대도 단단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땅이다. 그러기에 더 공감이 가는 작품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가정, 개인의 이야기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을 꺼내보는 것처럼 마음에 스며들듯이 다가오는 것 같다.
Q.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에 출연했다. 모니카 역을 맡으며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하다.
정이삭 감독님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니카는 한국의 정서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하는 인물이고 미국에 가서도 폐쇄적이게 생활했던 사람이어서 그것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엄마의 역할을 맡았다. 앨런 킴과의 연기 조합도 인상적이었는데 연기하면서 소감이 어땠나?
스킨십 연기를 할 때 불편해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받아줬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감독님도 아이들의 정서적 상태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캐치해서 정확히 찍어주셨다. 현장에서도 수월하게 진행이 됐고 편집에서도 잘 드러나게 만들어주셔서 감독님의 연출 능력이 돋보였던 것 같다.
Q. '미나리'에는 과거의 시대상이 등장한다. 70년대, 80년대의 이민 1세대를 표현하는 과정은 어땠나?
성장통을 같이 겪게 되는 환경에 놓인 인물들이다. 너무 어린 사람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시대 때의 어머님, 아버님들을 이해하게 됐다.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잘 자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모니카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은 주차장 신이었다. 식료품점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스티븐만 보면 눈물이 계속 나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를 꽉 물면서 참았다. 모니카가 이 상황에서 많은 힘듦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힘든 장면이었다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던 장면이다.
Q. '미나리'는 자라온 지리적 환경과 상관 없이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배우 한예리의 연기였는데, 연기하면서도 자신이 가장 공감이 갔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모습들, 누구나 겪어봤을 유년 시절들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공감이 갔던 장면은 사실 모든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감이 많이 됐다. 모니카는 벌어진 상황들 속에서 다른 누군가들을 어렵게 만나서 그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가족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다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했고 모니카가 가진 사랑의 마음이 강하고 이 가족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있는 장면들이, 심지어 제이콥과 싸우는 장면들도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Q. '미나리'를 찾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포인트들이 있다면 말해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미나리'는 모두가 자신의 추억들이나 기억들을 한번씩 꺼내볼 수 있는 지점이 담긴 영화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도 나쁘지 않게 나와서 좋은 것 같다. 각 인물이 다 이해가 됐다. 모니카는 나쁘게 비춰질 수 있는 인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 잘 알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의 삶이 소소하게 들어있다. 그것이 때론 너무 고단하지만 순간 순간 아름다운 지점이 있다는 것을, 삶이 그런 부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판씨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