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
동요 중에 [코끼리 아저씨]란 게 있다.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서 태평양 건너갈 적에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살짝 윙크했대요.
당신은 육지멋장이/ 나는 바다예쁜이
천생연분 결혼합시다/ 라라라라 ~~
재밌는 상상이다. 그런데, 물고기와 인간이 결혼한다면? 만화에서나 가능한 혼사(婚事)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만화가 나왔다. 2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차오>이다. 중국만화 아니고 일본 작품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 조선사에서 신형 선박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스테판은 오늘도 허둥지겁 출근한다. 극효율의 배를 만들려는 경영진과는 달리 스테판은 물고기, 바다생물이 다치지 않는 안전 스크루 개발에 공을 들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스테판 앞에 바닷물고기가 나타나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그런다. 거절할 틈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 물고기는 사실 바다왕국의 공주님. 바다를 지배하는 넵투누스 국왕이 등장하고 인간과 바다세계의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린다. 마치 유럽왕가의 공주와 평민의 결혼식처럼 온 지구인의 관심이 이들 이종이형(異種異形) 커플에게 쏠리지만 스테판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뿐이다. 두 생물체는 모든 것이 다르다. 식성조차. 하지만 ‘물거리’ 차오는 ‘인간’ 스테판의 방식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초대형 사고를 친다. 그 일로 인간계와 해양계가 결별하는 위기에 처하고, 스테판은 오랜만에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차오
영화는 상상력 끝판왕이다. 물고기가 말을 하고, 인간과 결혼까지 하다니.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인종과 성별까지 초월하는 것이니. 영화를 보면서 왜 그 물고기는 다짜고짜 스테판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할까. 단지 스테판이 해양생물의 안위를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매너티(바다소)는 선박 스크루(프로펠러)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단다. 한 연구에 따르면 플로리다 야생 매너티의 2/3가 평생 동안 보트에 부딪힌 흉터나 흔적을 가지고 있단다. 심각한 부상으로 죽는 경우도 많단다. 중국(상하이)에 사는 엔지니어가 그 뉴스를 봤을까. 그는 직장 상사의 잔소리엔 아랑곳하지 하지 않고 안전스크루인 에어제트 개발에 매진한다. 사연은 영화 후반부, 낙심한 채 고향에 돌아온 스테판이 창고에 보관된 옛 장난감과 어린 시절의 흔적으로 이야기가 다시 펼쳐진다. 스테판의 부모가 어떤 사고로 죽었는지, 스테판은 기억도 못하는 ‘차오’와의 오랜 인연이 밝혀진다. 이런 안타까운 희생과 인연은 두 사람의 사랑의 깊이와 숙성도를 뒤늦게 알려주는 것이다.
영화 <차오>는 요즘 극장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극도로 컬러풀하고 날씬한 애니메이션과는 궤를 달리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중국 상하이가 배경이다. 어떻게 보면 일본풍스럽지만 배경과 인물이 지극히 중국스럽다. 아마 상하이 와이탄을 가본 사람이라면 이런 풍광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7년에 걸쳐 10만 장 이상의 치밀한작화로 만들어낸 수묵화같고, 스케치 같은 배경, 그리고 허둥대는 인물들의 동선과 선문답 같은 캐릭터의 갑작스런 등장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차오와 스테판의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저마다의 존재 의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차오>를 만든 스튜디오 ‘스튜디오 4°C’ 작품 중에는 <해수의 아이들>도 있다. 메가박스 단독개봉 작품이다. (박재환.2026)
▶차오 (원제: チャオ/ ChaO) ▶감독:아오키 야스히로(青木康浩) ▶각본: 하나사키 키노 ▶출연: 스테판(鈴鹿央士 스즈카 오지), 차오(山田杏奈 야마다 안나), 로베르타(梅原裕一郎 우메하라 유이치로), 마이베이(シシド・カフカ 시시도 카프카), 넵투누스 국왕 (三宅健太 미야케 켄다) ▶개봉: 2026년 10월21일/전체관람가/89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