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사람이 연기할 때 전달되는 깊은 감정과 삶의 굴곡에서 배어 나오는 노련함은 그 어떤 AI도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미친 노인의 일기》와 《그녀가 말했다》의 공식 기자회견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신작 <마더 부미>로 부천을 찾았던 판빙빙은 세 달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것이다. 2023년 영화 《녹야》 이후 3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판빙빙은 "부산의 해변을 걸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매번 새로운 전율과 예술적 영감을 얻고 간다"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일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을 웨인 왕 감독이 영화로 옮긴 <미친 노인의 일기>에 대해 "원작 소설이 지닌 관능적이고 탐미적인 페티시즘을 영화로 옮기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뇌졸중으로 신체가 마비된 70대 노인 우츠기(릴리 프랭키 분)와 그를 돌보는 며느리 수수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금기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며 "나이가 들면 인간의 욕구와 욕망이 자연히 소멸한다고 단정 짓기 쉽지만, 실제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는 본능이다. 그 솔직하고도 통속적인 순간들을 유머와 블랙코미디로 마주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판빙빙은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 지형과 AI 기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AI는 진행형이라고 본다. 중국은 AI 숏폼 드라마가 유행이다. 나도 종종 본다. 하지만 비슷한 구성이 계속 이어진다. 스타일만 조금 달라질 뿐 배우의 모습은 비슷하다.”며 "지금 중국 청년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어릴 때는 작품에서 심미안을 볼 수 있었다. 요즘 숏폼드라마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배우가 AI에 대체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연기했을 때 감정과 전달의 방식, 그 사람의 삶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스킬이 AI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친 노인의 일기'
판빙빙은 한국영화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영화 산업과 창작자들의 환경을 보면 늘 큰 부러움을 느낀다. 한국의 감독들과 배우들은 세계 무대에서 대단히 주목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매우 폭넓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을 관람했는데, 정말이지 온몸에 전율이 일 만큼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배우들이 프레임 안에서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유영하고 헤엄치는 모습이었다. 감독과 배우가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고 깊이 이해할 때만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연기였다."며 "제가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되었지만, 그 영화를 보며 연기자로서 다시 한 번 깊은 자극과 겸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만의 작품 선택 기준으로 '현장에서 얼마나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가'를 꼽았다. "새로운 영화에 참여하는 것은 나에게 언제나 '새로운 창문'을 여는 과정"이라며 "감독, 스태프들과 자유롭게 호흡하며 즐길 때 비로소 작품도 배우도 최상의 결과물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말했다'
판빙빙은 올해 BIFF에서 거장 웨인 왕 감독의 《미친 노인의 일기》를 통해 뇌졸중 노인(릴리 프랭키 분)과 미묘한 긴장을 형성하는 며느리 '수수' 역으로 관객과 만난다. 더불어 싱가포르 신예 아이번 탄 감독의 단편 《그녀가 말했다》가 상영된다. 또한 영화인 추천 프로그램인 '까르뜨 블랑슈'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박찬욱 감독의 카메라가 포착한 여성 인물들은 하나같이 위험하면서도 한없이 자유롭다.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그 생명력과 담대함, 명료한 태도가 제 마음을 깊이 사로잡았다."며 '아가씨'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