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최고 영예인 ‘부산 어워드’를 가릴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이 7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심사 일정에 돌입했다. 7일(수)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세계적 거장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을 비롯해 중국의 비간 감독, 한국의 정주리 감독과 배우 최희서, 일본의 이시카와 케이 감독,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베트남의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 등 7인이 참석했다.
지난해 신설된 이후 두 번째 해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은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비전과 예술적 성취를 조명하는 핵심 섹션이다. 특히 올해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 공인에 발맞춰 최고상인 대상 수상작에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부여되는 등 국제적 무게감이 한층 더해졌다. 올해는 한국 영화 3편(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염규복 감독의 애니메이션 ‘긴긴밤’, 김정훈 감독의 ‘면도’)을 포함해 대만, 일본, 중국, 이란 등 아시아 각국의 수작 14편이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은 "십 수 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대로 눈부시게 성장해 기쁘다"며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과 아시아 각국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 만큼, 이번 심사를 통해 아시아 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위촉 소감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과 심사 철학을 공유했다. 비간 감독은 "부산은 본래 영화적 깊이가 깊은 곳이며, 경쟁부문은 관객과 영화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활력 있는 축제의 장"이라며 영화가 지닌 역동적인 만남을 강조했다. 배우 최희서는 “객석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며 “최근 '가능한 사랑'을 아버지와 함께 보고 극장 앞에서 5분간 대화했는데, 아버지를 더 알게 됐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현재 한국 영화계 최고의 이슈가 된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창작의 경계’에 관한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장이머우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창작의 관계는 단시간에 단정하기 어렵다. 창작은 창작이다. 반드시 진실이나 사실에만 얽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영화계에는 '현실에 발을 딛되 현실을 넘어서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 진실이라는 것 자체도 무엇이 진정한 진실인지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역사가 예술 형식을 빌려 오늘날 대중에게 다가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해석이야말로 영화의 본질적인 매력"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를 만들었던 정주리 감독은 영화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허구의 이야기와 인물이 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암살자들’이) 제 영화가 아님에도 창작자로서 크게 위축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영화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누군가는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고 그 상처가 분노로 표출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 이런 갈등을 마주할 때마다 다음에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깊은 고민에 빠진다"며 “결국 창작자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 관객의 공감뿐 아니라 비판까지 겸허히 수용하며 창작 작업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과 아시아 영화계를 이끄는 다채로운 시선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이들이 선정할 최종 수상작은 오는 15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