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4 벨제붑의 노래
수많은 유행어와 밈을 양산한 [타짜]가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허영만-김세영의 <타짜> 만화는 최동훈 감독(2006)의 흥행 작품부터, 강형철 감독의 중박영화 <신의 손>(2014), 그리고 범작에 머문 권오광 감독의 <원아이드 잭>(2019)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SBS에서는 21부작 드라마(2008)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 2026년 추석 시즌에 다시 극장가로 돌아온 <타짜4 벨제붑의 노래>는 어떤 막장인생, 따라지목숨을 보여줄까.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시리즈의 최종장'이라 못 박은 <타짜4>의 판으로 들어가 본다
영화가 시작되면 [베트남]이라는 자막과 함께 바다 위 화물선 모습을 보여준다. ‘파리’ 한 마리가 날아서 통기창을 통해 들어가고 곧 피투성이가 된 채 묶여있는 장태영(변요한)을 보여준다. 살인청부업자 조중환(윤경호)은 그를 죽이기 전에 운을 시험해본다며 동전 던지기를 제안한다. ‘앞면이면 콩팥, 뒷면이면 눈알, 그리고 바로 서면 살려 주겠다’고. 그런데 웬걸, 동전이 똑바로 선다. 그렇게 럭키한 장태영은 풀려난다. 영화는 그가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학창시절부터 함께한 박태영(노재원 분)과의 우정, 그리고 벤처 사업에 뛰어들어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승승장구하고, 글로벌 진출로 가슴 벅차하던 그들이 어떻게 배신과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장태(영)’는 베트남에 숨어있는 타짜 곽동욱(조우진)을 만나 필살기 ‘스테키’를 전수받고, 이제 ‘박태(영)’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루게 된다.
허영만의 <타짜>는 1999년 처음 나왔다. 당시 가판과 지하철에서 많이 팔리던 스포츠신문(스포츠조선) 연재만화였다. 그때만 해도 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집집마다 일가친척이 모여 여자들이 전을 부칠 때 남자들은 모포 깔아놓고 화투패를 돌리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극장가에는 홍콩에서 날아온 갬블러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허영만(김세영)의 ‘타짜’는 한국사회의 이면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인간 군상들의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끈다. 화투판의 욕망은 독자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아무리 ‘손모가지’를 자르고, 단속을 해도 그 판을 쉽게 떠날 수는 없고, 부나방처럼 판에 꼬이는 작자들은 무궁했던 것이다.
타짜4 벨제붑의 노래
하지만, 이제 더 많은 오락거리, 더 편리한 방식, 더 아찔한 금액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면서 전통의 화투와 포커판은 사라진 듯 했지만 싸이더스와 CJ가 용케 그 판을 키운다. <타짜4>를 극장으로 다시 불러낸 것이다. 이제 ‘고니’적 이야기는 사라진다. 대신 ‘장태’와 ‘박태’의 현실적 욕망이 불을 뿜는다.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우고, 벤처 열풍에 테헤란로에 입성하고, 글로벌하게 판을 키우는 사업가를 보시라. 비즈니스매거진에 그들의 성공신화가 커버스토리로 다뤄지고, 정부에서는 카지노를 허가해 줄 것이고, 코인은 쏟아질 것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영원할 듯하다. 그런데, 둘의 관계를 끝장내는 것이 무엇일까. 과연 모든 운은 혼자서 다 차지해버린 ‘장태’와 언제나 2인자로 현대판 살리에리 신세인 ‘박태’의 필연적 결별일까?
종교에 미친 엄마 밑에서 위태롭게 살아온 ‘박태’에게는 ‘장태’의 누나(임세미)가 보여주는 친절함이 안정감을 주었고, 언제나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장태’의 (잠깐 보이는) 베드신과 함께 ‘박태’의 공감 가능한 연정을 폭력적 화면으로 채우며 비극을 앞당긴다.
허영만은 1980년대부터 수많은 걸작을 내놓았다. 그가 김세영 작가와 함께한 첫 작품은 <카멜레온의 시>였다. 당시 많은 독자들은 작품에 나오는 시를 보기 위해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를 찾았다. 그런데, 이제 <타짜4>를 보고 벨제붑(바알제붑)이 뭔지 파리가 왜 날아다니는지 궁금해 할까.
순수오락영화 [타짜4 벨제붑의 노래]에서 인간의 욕망, 허영, 질투, 배신이라는 키워드 밑에 깔린 박태의 연모의 정과 열등감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까. 허영만과 김세영이 종이 위에 그린 아날로그 운치를 찾는 것은 ‘로티플’만큼이나 헛된 기대일 듯하다.
▶타짜:벨제붑의 노래 (Tazza: The Song of Beelzebub) ▶감독:최국희 ▶출연:변요한,노재원,조우진,윤경호,스윙스,임세미, 미요시 아야카, 홍다오, 이하라 츠요시 ▶개봉:2026년 9월 2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129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