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 새해를 앞둔 시기에는 마치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추억하는 듯한 작품들이 항상 등장한다. 여러 명의 초호화 출연진들이 등장해 가족, 연인, 혹은 친구 간의 사랑을 말하며 훈훈한 연말 분위기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러브 액츄얼리' 감성이 억지로 뿌려진 영화가 있다.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는 새해를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강력반에서 좌천되어 신변보호 업무를 떠맡게 된 지호(김강우 분)와 이혼 소송 중 신변보호를 요청한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 분),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 분)과 남친의 이별 통보에 상처받아 아르헨티나로 떠난 진아(이연희 분),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 분)과 대륙의 예비 신부 야오린(천두링 분),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 분)과 긍정퀸 원예사 오월(최수영 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로 공통점 하나 없어 보이는 네 커플은 작품 속에서 서로 이어져있다. 효영은 패럴림픽 국가대표인 래환의 몸을 관리하는 트레이너고, 래환이 스노우 보드를 타는 곳의 비정규직 스태프가 진아며, 진아가 아르헨티나로 가는 여행 티켓을 끊는 곳이 용찬의 여행사이자, 용찬이 사기를 당했을 때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지호다. 이렇게 서로 돌고 돌아 이어진 관계는 마치 '러브 액츄얼리'의 서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야심차게 밀어넣은 서사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개는 점점 뭔가 잘못된 8인 9각의 형태로 흘러간다. 네 커플의 이야기를 한 작품에 넣으려다보니 다소 부족한 설명과 급박한 전개, 그리고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작품 자체에 담긴 메시지 또한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떤 일들이 주인공들 사이의 갈등을 빚었으며, 그들이 다시 서로에게 화해의 손길을 청하고 용서를 하기까지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되어있지 않다.
'러브 액츄얼리'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현실적인, 공감 가능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었지만 '새해전야'는 현실을 넘어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임에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더불어 대사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저격하다 못해 차마 오글거려 펴지도 못하게 만드는 말들이 넘쳐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개봉 연기로 '새해전야'가 '구정전야'가 되어버린 지금, 스크린 속에서 지난 새해에 대한 감성을 보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새해 전날에 봤어도 과연 훈훈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인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한 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감독의 캐스팅이다. 유태오, 최수영, 유인나 등 최근 엄청난 연기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배우들과 다함께 영화를 만들었다는 시도 자체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별점: ★★☆☆☆ / 2021년 2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KBS미디어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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