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탠 리와 스티브 딧코가 창조한 ‘스파이더맨’은 1962년 마블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만화책’ 영웅이다. 뉴욕 퀸즈 출신의 피터 파커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메이 숙모와 벤 숙부 손에 자랐다. 청소년 때 방사능 거미에 물려 초인적 능력을 갖게 되는 그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진 만화, 영화, 비디오게임을 통해 팬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CG기술의 발전과 함께 갈수록 아찔한 도심 활공 장면이 팬들을 사로잡는 스파이더맨 이야기의 정수는 뉴욕의 밤거리를 더럽히는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는 액션에 있지 않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친구와 연인마저 멀리해야하는 히어로의 성장통과 숙명적 고독이 그의 서사이다. 데스틴 크리턴 감독의 신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바로 그런 피터 파커의 이야기이다.
전작 ‘노 웨이 홈’(2021) 마지막 장면에서 피터 파커는 마블이 마구 휘저어놓은 우주대혼돈의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했다.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피터 파커의 존재’마저 잊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세상은 그렇게 피터 파커를 잊는 것이다. 이제 MJ도, 네드도, 어벤저스 동료들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리고 4년 뒤. 친구들은 MIT에 진학했지만 피터 파커는 여전히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얼굴에 마스크를 한 채 뉴욕의 공공안전을 지키기 위해 거미줄을 쏘고, 빌딩 사이를 활공하며 악당들을 잡아 뉴욕경찰에게 인계한다. 그러고선 허름한 아파트 옥상 자기 방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방안은 온통 쓸쓸함과 고독함이 묻어난다. 침대에 누워 옛 친구, MJ와 네드의 SNS를 보며 외로움을 달랠 뿐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빌런들, 프랭크 캐슬, 브루스 배너, 그리고 빨간 머리
액션과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피터 파커의 슬픔과 고독을 이해하게 된다. 항상 ‘사춘기 성장통’으로만 바라보던 뉴욕의 거리영웅(‘친절한 이웃’) 거미소년도 이제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어벤저스와 함께 우주적 재앙에 집착하던 그가 이제 뉴욕 스트리트에서 혼자 악당에 맞서 싸우는 오리지널 스토리에 근접한다.(‘작은 감자’이야기) 몸속에 자리 잡은 거미의 DNA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이런 고통은 배너 박사(헐크)의 경우와 이어진다. 두 사람에겐 과도한 내적 분노를 조절하기 위한 과학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브랜드 뉴 데이>에서 피터 파커는 새로운 동료를 만난다. ‘퍼니셔’ 프랭크 캐슬이다. 가족을 모두 잃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영화에서는 ‘스탠튼 사건’이 거듭 언급되며 두 사람이 악연 아닌 악연을 가진 구면임을 보여준다. 엉망진창인 뉴욕을 다스리는 폭력적인 영웅과 친절한 영웅이 손을 잡는 방식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스파이더 맨’과 ‘마블 히어로’ 프랜차이즈에 ‘브랜드 뉴 데이’라는 신성한 타이틀을 달게 하는 뉴 페이스가 등장한다. 블랙위도우의 플로렌스 퓨만큼이나 반갑고, 그 어느 캐릭터보다 신선한 등장이다. 마블과 소니가 끝까지 그 존재를 비밀로 꽁꽁 싸맨 캐릭터는 <엑스맨>의 진 그레이이다. 자비에르 교수가 가장 재능 있는 제자라고 칭찬했던 정신적 능력이 뮤턴트 중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시각적으로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의 마인드 이동과 염력의 능력치를 보여준다. 진 그레이가 빌런인지, 희생자인지, 히어로(히로인)인지는 영화를 직접 보고 확인하길. 스파이더맨의 성장과 각성만큼 마블 페이즈(Phase)의 업그레이드를 책임질 무한잠재력의 핵심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에 쿵푸 액션의 신세계를 연 데스틴 크리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를 창조한다. 스파이더맨이 데미지 콘트롤 본부에서 펼치는 빨간 유니폼의 사무라이들 ‘핸드’와 펼치는 장면이다. <와호장룡>에서 보았던 우아하고 환상적이며, 완벽하게 만화적인 액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참, 데스틴 크리턴 감독은 디즈니플러스의 독특한 히어로물 <원더맨>을 연출하기도 했다.
톰 홀랜드의 <브랜드 뉴 데이>는 너무 많은 슬픔에 짓눌린 보이가 이제 자신의 나이, 얼굴, 몸에 걸맞은 성장을 하게 되는 ‘스파이더맨’이다. 충분히 새로운 그의 날들을 응원할 만한 완벽한 리부트 작품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원제: Spider-Man: Brand New Day) ▶감독: 데스틴 크리튼(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각본: 크리스 맥케나 & 에릭 소머스 ▶원작 : 스탠 리 & 스티브 디트코의 스파이더맨 ▶출연: 톰 홀랜드, 젠다야, 새디 싱크, 제이콥 바탈론, 존 번설, 트라멜 틸먼, 마이클 만도, 마크 러팔로, 마빈 존스 3세, 에만 에스판디, 리자 콜론-자야스, 자브리나 게바라 ▶제작사: 컬럼비아 픽처스, 마블 스튜디오, 파스칼 픽처스 ▶제공/배급: 소니 픽처스 ▶개봉: 2026년 7월 29일/ 러닝타임: 14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