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세상이 온통 움추린 때에 살짝 미소라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년 11월 20일 개막했지만 선뜻 찾아가보기 힘든 전시회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떨치는 중국 현대미술가 위에민쥔(岳敏君)의 그림과 조각을 만날 수 있는 <유에민쥐: 한 시대를 웃다!> 전시회이다. 악민군(岳敏君)은 ‘위에민쥔’으로 읽어야하는데, 전시회에선 ‘유에민쥔’으로 표기하고 있다. 참고하시길.
이 화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중년의 남자가 ‘해맑게’, ‘실없이’, ‘바보스럽게’ 웃고만 그림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없으면 이번 기회에 한번 쳐다보고 함께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지난 연말부터 5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5관과 6관에서 열리는 ‘위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전시회는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위에민쥔의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위에민쥔은 자신을 모델로 삼아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실없이 웃는 얼굴의 인물을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활짝 벌리며 웃지만, 이것은 작가의 자조적 웃음이자 절망적인 사회를 허무와 풍자로 표현한 역설적 웃음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위에민쥔 전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라고 한다. 전시는 시그니처 얼굴을 담는 유화작품부터 대규모 조형작품, 최근 선보이고 있는 꽃 형상의 얼굴을 그리는 작품까지, 위에민쥔의 예술세계 전반을 아우른다.
위에민쥔은 1962년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 태어나 허베이 사범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90년부터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냉소적 사실주의와 정치적 팝으로 대변되는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며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강렬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 [한 시대를 웃다], [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 [조각광대], [일소개춘 一笑皆春 -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 등 다섯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있다. 위에민쥔의 작품 전시와 함께 [스페셜 존]에서는 도예가 최지만 교수의 백자 콜라보레이션을, 판화공방 P.K Studio과 함께한 판화 콜라보레이션을 관람할 수 있다.

위에민쥔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실없이 웃고 있다. 이는 중국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을 고스란히 체험한 작가가 그려내는 현 세대들을 향한 자조적이고 냉소적이다. 입을 활짝 벌리며 폭소를 터뜨리지만 어쩐지 그 웃음은 공허하고 구슬프게 들린다.
위에민쥔의 조각 작품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미학세계를 만나는 것 같다. 비극 속에서도 웃음으로 세상을 한없이 위로한다.
위에민쥔 그림은 ‘일소개춘’(一笑皆春)으로 결산할 수 있다.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라는 뜻이다. 중국 대리(大理)에 있는 감통사(感通寺)의 고승 단당대사(担当大師)의 선문답이라고 한다. 코로나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웃음, 작은 여유의 전시회가 ‘위에민쥔 전시회’이다.
위에민쥔의 개성 넘치는 작품은 해외 그림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07년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아시아의 행복한 아티스트들’이라는 커버스토리 표지로 위에민쥔을 내걸었다. 그가 1993년에 그렸던 <훙훙>은 2008년 크리스티스 경매에 2008년 경매에서 5408만 홍콩달러(한화 78억 원)를 기록하며 그의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그가 미국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와 함께 한 장난감도 15만 위안(2500만원)에서 25만 위안(430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고. 그는 최근 들어 ‘웃는 남자’ 말고도 ‘미로’(미궁)시리즈와 ‘피부’(表皮)시리즈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출품작품 중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가 1995년 작품 <처형>(处决 The Execution)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고야 1808년 5월 3일' 그림을 패러디한 것이다. 스페인을 점령했던 프랑스가 마드리드에서 펼친 양민학살 사건의 순간이다. 이 그림은 당연히 중국의 천안문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위에민쥔의 그림 속 인물이 웃는다고 웃는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위에민쥔의 그림중 최고가를 기록한 <훙훙>(굉굉)을 조금 무서운 그림이다. 중국의 전투기 중 폭격기가 바로 H(轟)계열이다.
위에민쥔의 이번 서울 전시회는 5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KBS미디어 박재환)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Yue Minjun A-Maze-Ing Laughter of Our Times!)
전시 기간: 2020년 11월 20일 ~ 2021년 05월 09일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6 전시실
주최: 한겨레미디어, XCI
관람 시간: 10:00~19:00(입장마감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사진제공: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사무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