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열렬한 팬인 영국인 예술가가 한국을 찾아왔다.
로즈 와일리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표현이 담긴 예술로 주목받고 있는 화가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지난달 4일부터 로즈 와일리의 첫 한국 대규모 개인전을 오픈해 많은 관람객들에게 로즈 와일리의 그림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로즈 와일리는 열렬한 축구 팬이었던 남편, 로이 옥슬레이드의 영향을 받았다. 로즈 와일리는 영국의 유명 축구 팀인 리버풀을 시작으로 첼시, 아스널을 비롯한 다양한 축구팀의 팬이 됐다.
축구 경기와 더불어 선수 한 명 한 명에서 영감을 얻는 그는 대중적인 아이콘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고 선수 각자의 매력 포인트와 신체적 특징을 포착해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그중에서도 토트넘 소속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담은 작품 'One to watch, Son'은 2020년에 완성한 최신작이다.
그는 손흥민을 비롯한 축구 선수들에 대한 관심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을 그만의 시선으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영화 또한 그녀의 관심사다. 그는 필름 노트 작업을 예술을 다른 방식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라 말한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자르고 클로즈업해 새롭게 풀어낸다. 영화 프레임 같은 가로형 캔버스를 사용하고 대형 패널을 순서대로 나열하며 글자들을 배경에 빼곡하게 넣기도 한다. 그는 오리지널 영화를 보며 느낀 흥분과 감동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왔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탄생시킨 영화 '거친 녀석들'을 모티브로 한 'Inglourious Basterds'가 그 예다. 영화 내용처럼 독일군 장교가 그려져 있고 배경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화에서 보였던 위압적이고 거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소녀와 여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 속 소녀와 여성은 굴복하기를 거부하며 자신감 넘치고 침착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법은 자기 자신을 그릴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리를 찢으며 점프하는 소녀들의 이미지는 로즈 와일리의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영국 토크쇼 오프닝의 그래픽을 이미지화한 형상이다. 이 오프닝 그래픽이 빠르게 지나가기에 화면 속 여성들의 팔을 볼 수 없다는 점이 그의 영감을 일깨웠다. 미디어와 예술의 이미지가 한데 뒤섞여 있다.
이외에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로즈 와일리의 다양한 그림 세계가 돋보이는 드로잉, 설치미술이 담긴 1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테이트 모던 VIP룸에만 전시돼 일반 관객은 볼 수 없었던 그림들과 더불어 폭 6m가 넘는 초대형 회화 등이 공개돼 있어 많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로즈 와일리의 전시는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3월 28일까지 진행 예정이다. (KBS미디어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