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사생활
조디 포스터는 <양들의 침묵> 이전부터 뛰어난 연기자로 주목받은 배우이다. 아역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조디 포스터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에서 12살 매춘부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피고인>과 <양들의 침묵>으로 두 차례 오스카를 손에 쥐었고 이후 시대극, 서부극, 드라마, SF 등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조디 포스터의 신작은 프랑스 영화 <파리의 사생활>이다. 제목은 다소 의문스럽다. 여하튼 조디 포스터는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주의 깊게 들어야하는 정신과 의사를 연기한다.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파리의 자택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유대계 미국인 정신과의사 릴리안 슈타이너 박사(조디 포스터)에게 곤란한 일이 잇달아 일어난다. 아파트 층간소음을 항의하고 돌아오니, 오랫동안 정신과 상담을 받던 환자가 최면술사의 도움으로 금연에 성공했다면 수년간 효과 없는 치료를 했다며 자신을 고소하겠다고 한다. 또 다른 환자 폴라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장례식장을 찾지만 유족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친다. 폴라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 릴리안은 폴라의 남편을 뒤쫓는다. 끊임없이 눈물이 나오는 증세에 시달리다 저도 모르게 최면술사를 찾아 최면치료를 받게 되지만, 꿈속에서 만나는 과거가 혼란스러울 뿐이다.
영화는 구년묵이(구닥다리) 방식으로 환자의 상담을 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의 혼란스러운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이다. 릴리안은 환자의 진술을 카세트테이프가 아니라 ‘미니디스크’로 녹음해 두고 있다. 요즘 공MD를 어떻게 구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아들 줄리앙을 찾아가서 구매를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의심스러운 일이 계속 일어나도 ‘환자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며 의사윤리를 지키면서도 계속 아슬아슬한 추적을 이어간다. 그런 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전 남편인 가브리엘이다.
파리의 사생활
영화의 미스터리는 환자 폴라의 죽음이 과연 자살인가? 타살이라면 누가, 왜?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살의 가능성’을 완전 무시하는 경찰 대신 탐정놀이를 하는 것이다. 영화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릴리안의 현재 상황에서 ‘최면술사’ 이야기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갑자기 나치 점령하의 파리에서 클래식을 연주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나름 ‘정신과적 분석’을 하게 된다.
불어도 잘 한다는 조디 포스터가 처음으로 프랑스어 연기를 한 <파리의 사생활>은 조디 포스터의 섬세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양들의 침묵>에서 심리전의 대가 한니발을 쫓던 스털링처럼 이번에는 아마추어 탐정놀이를 하는 정신과의사로 변신한다. 갑자기 눈물이 그치지 않고, 나치점령 하의 유대인 클래식연주자가 된다. ‘정신과 의사’라는 업무가 스트레스가 되어 보이는 정신적 붕괴인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정신적 분열의 심원을 건드린다거나, 나치의 원죄를 응징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조디 포스터가 정신과의사이고, 유대인-나치 컨셉이 왜 사용되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심리스릴러이다. ‘파리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더 깊은 이유를 물어봐서는 안 될 것이다. 직업윤리상 말이다.
▶파리의 사생활(Vie privée/A Private Life) ▶감독: 레베카 즐로토프스키 ▶출연: 조디 포스터(릴리안 슈타이너), 다니엘 오퇴유(가브리엘), 버지니 에피라 Virginie Efira(폴라), 마티유 아말릭(사이먼), 빈센트 라코스테(줄리앙), 루아나 바지라미(발레리), 소피 기유맹(제시카) ▶수입/배급: ㈜티캐스트 ▶개봉: 2026년 7월 15일/103분/15세이상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