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차인표가 다시 작가로 돌아왔다. 차인표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행사장에서 신간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차인표는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소설가들이 많은데 제가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인사 드릴 수 있어 영광이다. 소설을 시작하는 것은 작가지만, 소설을 끝내는 것은 독자라는 것을 잘 안다. 이런 제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이 소설에 포함되었다."고 소개했다.
차인표의 다섯 번째 소설인 <우리동네 도서관>은 고구려 시대 용을 그려야 하는 화공 '번각'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현대의 소설가 '나'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소설을 읽는 독자도 작품에 개입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 픽션' 구조를 띤다. 이런 구조에 대해 "원래 용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가 왜 다섯 번째 소설까지 쓰게 됐는지 돌아보게 됐다. 결국 제 작품을 읽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주는 독자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사한 마음을 소설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차인표는 2009년 ‘잘가요 언덕’으로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후 ‘오늘 예보’, ‘인어 사냥’, ‘그들의 하루’ 등의 소설을 냈다. 창작의 열정을 독자의 서평과 관심으로 돌렸다. “서평, 리뷰를 보면서 제가 소설 쓰는 걸 알아주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주는 게 인간이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내 책을 읽고 해석을 더해 주었기에 제 소설에 의미와 가치가 생긴 것이다."고 말했다. 차인표의 소설 데뷔작인 ‘잘가요 언덕’의 개정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교재로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다.
우리동네 도서관
차인표의 작가수업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이에 대해 차인표는 "연기를 하면서 마주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었을까.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훈 할머니의 삶을 모티브로 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도 그랬고, 우리 곁을 떠나간 동료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쓴 ‘오늘 예보’가 그렇다. 일상과는 조금 다른 각성의 순간이 찾아올 때, 장편소설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어 사냥’으로 제14회 황순원문학상에서 신인상 격인 신진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처음 주최측의 연락을 받고는 염치없다고 생각되어 수상을 거절하려고 했었다. 정말 감사하지만, 족쇄가 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대중 연예인으로 출발했고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인데, 오랜 시간 문학이라는 한길을 걸어온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상을 받는 게 염치없게 느껴졌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주최 측의 설득으로 상을 받고는 한동안 글 쓰는 것을 멈췄다고 한다. "내가 쓰는 문장이 유치한 것 같았고, 무엇을 써야 할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더라.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방식대로 쓰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작과의 연결고리를 소개했다.
한편 '작가' 차인표는 다시 연기자로 돌아올 예정이다. 차기작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로 연기자 데뷔 33년 만의 첫 연극 출연작이다. "오래 전 작은 극장에서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 본 영화였다. 배우로 오랜 세월 살면서 연극을 한 번도 안 했는데 이걸 하기 위해 기다린 것 같다. 살다 보니 작품 속 대사가 '맞았었구나’ 알겠더라. 내가 알게 된 의미들을 젊은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며 “지금까지 제 대표작이 ‘사랑을 그대 품안에’였다면 이제 ‘죽은 시인의 사회’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동네 도서관(차인표) ▶ 출판사:사유와 공감 ▶2026년 5월 27일 출간 ▶35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