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든 사망이든 그게 뭐가 달라요?"라고 소리친 배우, 유다인을 만났다. 배우 유다인은 이번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를 통해 하청 업체로 파견되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은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역을 통해 사회의 사각지대에 배치된 청춘을 연기했다.
그는 무시받고, 하대에 길들여지고, 자신의 생존을 선택하는 것 또한 일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된 이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너 자신만은 믿고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Q. 전작 '속물들'(감독 신아가, 이상철)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처한 인물들을 많이 연기해왔다. 하청 업체로 발령난 파견 사원 역할을 맡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런 시나리오가 내게 오는 것인지, 내가 이런 시나리오에 눈길이 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상황이나 설정이 힘든 캐릭터들을 연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잘 할 것 같아서 맡겨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받았던 시점이 KTX 승무원 전원 복직 뉴스가 나오던 때였다. 그 방송을 보고 그분들이 겪었던 부당함들을 느꼈다. 그래선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더 와닿았고 이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태겸 감독과는 어떠한 인연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받기 3,4년 전에 지인을 통해 만났다. 그때 연극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이 거기 있었다. 그래서 잠깐 인사했는데 4년 뒤에 시나리오를 줬다. 왜 나한테 시나리오를 줬는지 알 것 같았고 내가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함께 출연한 막내 역의 오정세 배우와 맞춘 호흡은 어땠나. 극 중에서 오정세 배우와 어쩌면 로맨스로 발전될 수 있었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우 본인이 보기에는 어떠한가? 로맨스로 두 인물이 이어질 수 있었을까?
아이디어도 많고 현장에서 유연한 사람이다.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생각은 동료로 남는 게 좋은 거 같고 맞는 것 같다. 로맨스로 이어졌으면 이 영화를 안 했을 것이다 (웃음)
Q. 솔직한 답변 고맙다.(웃음) 그럼 실제의 감정을 빼고, 오정세 배우가 극 중에서 등장하는 장면들 중 관객들이 설레일만한 장면들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이들의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Q. 이전에 '속물들'을 통해 나눴던 인터뷰 때 연기 생활에 있어서 힘든 시기가 있었을 때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인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 참여하면서 캐릭터에 많이 이입했던 부분이나 신이 있었다면 무엇일까?
시나리오 볼 때는 생각 없었는데 연기하면서 내 입으로 대사를 뱉으면서 특별한 감정이 들었던 대사가 있었다. "일을 줘야 일을 하죠"였다. 내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었다. 나도 일을 못하면 일이 없으니까, 나를 써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으니까. 그 부분에서 많이 와 닿았다.
Q. 극 중에서 정은이 조금이나마 웃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조그만 기술을 터득했던 신이었다. 정은의 그런 모습이 굉장히 보기 아름다웠는데, 실제 업인 연기자를 하면서 이렇게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
그 신 찍고 컷을 외칠 때 촬영 감독님이 "정은한테 이런 면이 있었어?"라고 말했다. 그때 좀 좋았던 것 같다. 정은의 또 다른 모습을 잠깐이나마 본 것 같았다. 연기자로서 보람된 순간은 아마도 완성된 작품을 봤는데 내가 생각한 것 대로, 그 이상으로 잘 나왔을 때인 것 같다.
Q.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일에 대해 정의하는 영화다. 사람들은 일에 대해 저마다 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사는데 본인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지금 나한테는 가장 잘 하는 일이고, 남들이 봤을 때도 나를 봤을 때 잘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잘하는 일을, 심지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큰 의미를 일부러 안 두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업인 연기자 이외에도 개인적인 목표가 생겼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주변 사람들 잘 챙기는 것이다. 주위에 나를 복돋아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Q. 노동자들이 희망을 찾아가는 서사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공감과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 특히 요즘은 노동자들에게 더욱 힘든 시기지 않나. 그런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해준다면 어떤 말들이 있을까?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 제목일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포기하고 나를 무시한다고 해도 내가 자신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오히려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프레인 TP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