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든 사망이든 그게 뭐가 달라요?"
노동은 사람을 죽이기도, 혹은 살리기도 한다. 이 세상에 노동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노동에서 발생한 상처로 인해 세상과 사회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에 대한 저마다 정의가 어떠하든, 우리는 매일 노동에 뛰어들어야 한다. 오늘 하루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집과 음식을 마련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그리고 운이 좋다면 살아가는 이유 또한 찾기 위해서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는 오늘 하루도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는 저마다 사연을 지닌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7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은 정은(유다인 분)은 새 근무지에서 자신의 일을 찾아보려 한다. 하지만 자신을 자르려는 본사와 새로운 파견 근로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하청 업체 소장(김상규 분) 사이에 치이며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1년을 채워 본사로 돌아가고 싶은 정은은 꿋꿋이 이겨내려 하고 이런 모습에 공감과 연민을 떠올린 하청 업체의 막내(오정세 분)는 그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1년의 파견 직원, 그리고 하청 업체 일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자신의 딸들을 먹여 살리는 노동자가 서로를 알아보는 이야기는 보는 관객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물론 이 작품은 온기 어린 장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품게 한 배경에는 그들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라서 받는 직장 내 차별, 학력이 부족해서 놓친 승진 기회, 경제적 여건이 안되기에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열악한 노동 환경 등. 작품 속 그 어느 누구에게도 노동이 주는 의미는 달갑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 속에서 조금의 희망을 찾아나가고, 그것에 만족하는 법을 터득한다. 정은이 생소한 현장 업무를 배워나가며 작은 기술을 터득했을 때 뿌듯하게 웃음을 짓는 모습, 송전탑과 고소공포증을 무서워하던 그가 자신의 손으로 탑을 올라가기로 마음 먹은 순간은 우리가 고단하고 즐거울 리 없는 노동에 뛰어드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부분이다.
노동에 대한 정의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노동에 관해 한 가지 만큼은 강조한다. "그래도 너 자신과 그에 대한 믿음만큼은 잃지 말라"고. 노동이 어떤 의미이든, 혹은 아무 의미가 아니든 그 속에서 자신만큼은 해고하지 말라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아니, 살아남기 위한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