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학교괴담'이 '악성 앱'을 만난다. 지난 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리고>(감독:박윤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에 소원을 빈 고등학생들이 예고된 죽음의 저주를 피하고자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이다. 서린고등학교 2학년 4반의 세아(전소영), 나리(강미나 분), 건우(백선호), 하준(현우석), 형욱(이효제)은 우정과 낭만과 질투와 빙의를 경험하게 된다. 주인공 유세아를 연기한 전소영을 만나 ‘기리고의 저주’와 찬란한 연기자의 꿈을 들어보았다. 전소영은 지난해 KBS2 '킥킥킥킥'으로 데뷔해 MBC '바니와 오빠들', JTBC '마이 유스', ENA '아너: 그녀들의 법정'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무서운 작품이지만 촬영할 때 특별히 힘들었던 것은 없었다. 같이 연습하고, 훈련하고, 연기했다. 힘든 장면들도 촬영 현장은 언제나 밝았다. 선배나 또래와 연기해서 그런 모양이다. ‘액션!’할 때와 ‘컷!’하고 나서의 눈빛이 달랐다. 웃음이 많은 현장이었다.”
Q. 달리는 장면이 많았다. 액션신도 많다. 준비 과정은 어땠는지, 체중 증량 과정은?
▶전소영: “역할이 국가대표 상비군 육상 유망주이다.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받았다. 액션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감을 잡기까지가 어려웠다. 실제 현장에서 액션 장면은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체중은 10킬로그램 정도 찌웠다. 제가 원래 마른 체형인데 감독님이 운동선수처럼 보이게 몸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근육만으로 그렇게 만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살도 찌워가며 관리를 했다. 감독님이 먹을 것 열심히 사주시고, 야식도 많이 먹었다.”
넷플릭스 '기리고'
Q. 주인공 세아역으로 캐스팅되고 난 소감은? 대본을 보고 든 생각은?
▶전소영: “제가 작품을 선택한 게 아니라 제작사와 넷플릭스가 저를 선택해 주신 것이다. 오디션을 봤었는데 이전에 주연을 한 작품이 없었기에 영광이었다. 대본에서 술술 읽히는 부분이 있어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YA(영 어덜트) 호러물, 액션물은 처음이라서 촬영 들어가면서 더 고민이 되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 자신을 못 믿겠으면, 널 믿는 사람을 믿고 나아가라’는 글이 떠올랐다. 감독님을 믿고 세아를 연기했다.”
Q. 오디션 과정은 어땠는지? 호러물이니까 ‘놀라는 눈빛’ 이런 걸 연기해보라고 했는지?
▶전소영: “오디션 볼 때 놀라는 장면은 없었다. 오디션에서는 대본을 부분 발췌한 것이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되었다는 장면인데 밝은 신들이 더 많았다. 전체 내용도 몰랐고, 세아가 주연인 것도 몰랐다. 그냥 나는 이게 밝은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디션을 2차, 3차까지 하면서 감독님이 ‘너가 갖고 있는 어떤 슬픔이 있는지?” 물어보시더라. 아, 이 작품이 조금 슬픔이 있는 캐릭터구나 생각했었다. 대본을 보고는 놀랐었다. 오디션 때는 밝았으니. 마냥 밝은 연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장르였다.“
전소영
Q. 감독님이 왜 밝은 이미지의 전 배우를 캐스팅 했을까?
▶전소영: “감독님은 어두운 부분이 있는 작품이니 세아라는 밝은 친구가 나오면 시청자가 볼 때 딥한 감정에만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감독님은 제가 제일 밝아 보였고, 멘탈이 세 보였다고 하셨다. 제가 신인이고 주인공이니 무슨 말을 하더라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고 하셨다. 실제 감독님 디렉션 때문에 흔들린 적은 없었다. 사실 저도 무서운 장르이 작품은 못 보는 편이었다. 현장에서 특수 분장이 너무 리얼해서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세구나 생각했었다.”
Q. 모바일이나 최신 디바이스에 저주가 붙는 소재는 많다. 이 작품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전소영: “앱으로 귀신이 저주를 거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 그게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더 새로운 얼굴들과 새로운 내용들이기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앱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행동과 대사를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레 내용에 녹아들도록 한 것 같다. 앱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Q. 공포물의 여주인공으로서 자세는 어땠는지.
▶전소영: “장르물에 대한 겁이 많아서 우선 겁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의하면서 캐릭터에 녹아들려고 했다. 십대 호러물이나 액션 작품을 많이 봤다. 표정, 호흡, 겁먹었을 때 보이는 반응 등을 연구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욕심도 있는 편이다. 끈기 있게 끝을 보려고 했다.”
넷플릭스 '기리고'
Q. 완성된 작품을 보고 든 느낌은?
▶전소영: “CG작업을 하기 전, 촬영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촬영하기 전에 담력을 키웠기에 형욱과 건우가 동티나는 장면을 다시 봤을 때는 호러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CG작업 전이 더 무서운 것 같다. 실제 그 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소름이 돋았다. 내가 보면서 무서웠던 장면은 시원과 혜령의 장면이다. 저와 맞닥트리는 부분이 없으니 그 장면들을 무섭게 봤다.”
Q. 친구들과의 관계성은?
▶전소영: “일단 5인방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각자 캐릭터마다 특징과 생각이 있다. 그 시절 그 나이 대, 학창 시절에 겪어봤을 만한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적 있었지’ 했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그 때 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다. ‘기리고’ 보고 생각나서 전화하기도 했다.”
Q. 연기자의 꿈은 언제 생겼는지? 취미가 승마라고 했는데.
▶전소영: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이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보라고 하셨다. 승마도 하고, 유학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를 하게 했다. 승마뿐만 아니라 발레나 수영 같은 운동도 했다. 연기는 TV에서 <태양의 후예>를 보다가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송중기 같은 사람 보려면 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배우가 되면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말할 때 배우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모양이다. 나는 대본집을 많이 보는 편인데 대본집은 드라마 종영되고 한참 뒤에 나온다. 드라마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하며 연기에 빠져들었다.” (송중기는 만났는가?) ”드라마 '마이 유스' 찍을 때 만났다. 대본리딩 때와 쫑파티 때. 사진도 찍었다“
Q. 소속사(BH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전소영: “회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었다. 엄마는 반대를 안 하셨는데 아빠가 조금 반대하셨다. 나는 설득을 못 시켰고, 회사 관계자가 나서서 아버지를 설득시켰다. 2시간동안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결국 아버지를 설득시킨 것이다. 아빠는 대신 조건을 거셨다. ‘10년 동안 (연기를) 해서 안 되면 포기하는 거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죽기 살기로 해봐라’라고. 이렇게 빨리 잘 될 줄은 몰랐다. 이제는 아빠도 이게 너의 길이구나 하신다.”
Q. <기리고>전에 출연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하시던가.
▶전소영: “[아너]로 친구분들 연락을 받으신 모양이다. 그래도 아빠는 ‘‘다 너 정도는 하지’라고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아빠는 ‘다 너 정도는 생겼다. 연기 잘하지 않으면..’이라고 말씀 하셨다. 넷플릭스 작품 주인공이 되고 공개되고 나서는 ‘내딸 수고가 많았다’고 할 때 눈물이 찔끔 나더라.”
전소영
Q.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전소영: “나리와의 액션 신이었다. 서로 너무 아끼는 선후배이다 보니 감독님 눈에는 그게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서로 안 다치게 하려는 것이. 그래서 둘이 ‘한 번에 끝내자’며 열정적으로 했다. 상처가 나더라도 이해하자며 합을 맞췄다. 안전장치도 되어있었다. 강미나 배우는 드라마 <트웰브> 찍고 오셔서 액션 신에 대해 많이 알려주었고, 촬영 때에도 저한테 맞춰주었다. 덕분에 잘 나왔다.”
Q. 공포물 찍을 때 귀신을 본다거나, 악몽을 꾸기도 한다는데.
▶전소영: “가위는 안 눌렸는데 귀신 나오는 꿈은 꿨다. 우리 집에서 귀신이 내 목을 누르는 그런 꿈. 작품에서 굿하는 장면, 샤머니즘과 관련된 장면을 찍을 때, 그 전날에 그런 꿈을 꾸게 되더라. 무섭고, 소름 돋는 꿈이었다.”
Q. 영화를 찍고 보람을 느낀 순간은?
▶전소영: “감독님이 ‘세아 그 자체였다’고 말씀 하셨을 때. 찍을 때는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감독님이 내가 긴장감을 놓칠까봐 이야기를 안 해주였다더라. 끝나고 나서 ‘세아 그 자체였다. 사랑한다’고 하셨다. 스탭들도 ‘전소영이기에 이렇게 나왔다’고 말해서 울었다. 그것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다.”
넷플릭스 '기리고'
Q. 감독 디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소영: ”감독님이 테이크를 많이 하셨다. 초반에 테이크를 열 번 정도 가면 어느 정도 오케이가 나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감독님이 ‘네가 잘 할 때까지 테이크 갈 것이야’라고 무전기로 이야기해 주셨다. 정말 그렇게 해서 나온 신이 있다. 정말 잘 나왔다. 시청자들도 그 신을 많이 좋아해 주신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
Q. 그럼, 쉽게 오케이가 안 나온 신이 어떤 장면인가.
▶전소영: “음. 형욱이가 자기 목을 그을 때와 목이 꺾이는 장면, 나리를 때리는 장면. 땅바닥에서 하는 신인데 생각보다 테이크를 많이 갔다. 그 장면은 재촬영까지 했다. 사람을 때리는 장면인데 내가 잘 못 때리겠더라. 찍고 나서 감독님이 절 부르셔서는 ‘아쉽지? 내일 다시 찍자’하셨다. 상대 배우가 오열하는 것이라 그날 다시 테이크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그 장면들은 잘 나왔다.”.
Q. 건우와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전소영: “찍을 때 느낀 것보다는 확실히 잘 나왔다. 건우(백선호)랑은 너무 친하다보니 ‘한 번에 가자’고 그랬다. 그 설레는 감정이 초반에 잘 담기지 않은 모양이다. ‘너무 사랑하는데 부끄럽기도 한 표정’을 원했다. 건우와 표현에 대해 디테일하게 말을 나눴고 다시 찍었을 때 너무 잘 나온 것 같았다.”
Q. 백선호 배우는 이 영화 찍고 입대했다.
▶전소영: “선호 배우랑 친했다. 우리 5인방이 군대 가기 전까지 연락하면서 지냈다. 그런 이야기 잘 안 하는데 내 연기가 좋았다면 오글거리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고마웠다. 첫 휴가 나오면 5인방이 만나기로 했다.”
전소영
Q. ‘시즌2’ 관련하여 이야기 많다. 나리는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전소영: “나리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형욱이와 조금 다르다. 형욱이 책상에는 국화꽃이 있지만 나리 책상에는 없다. 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데리고 나왔어야 하는데...’ 라는 대사도 있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죽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시즌2]했으면 좋겠다.”
Q. ‘유미의 세포3’ ‘취사병 전설이 되다’까지 흐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전소영: “작품이 공개되는 시기를 저희가 정할 수는 없는데 이렇게 연이어 공개되니 기쁘다. 이번 작품으로 평생 갈 ‘5인방’ 동료와 좋은 선배님이 만나서 기분이 좋다. 신(神)이 예뻐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Q. BH엔터테인먼트 소속 선배 연기자들에 대해.
▶전소영: “저의 장점은 선배님 연기를 보고 서슴없이 질문을 던지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병헌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면서 연기적으로 많이 배우고 싶다. 김고은 선배님도. 장르물, 로맨스, 코미디 등 어떤 장르를 오가며 완벽하게 연기하신다. 저도 그렇게 안정적인 연기를 하고 싶다. <유미의 세포> 찍으면서 <기리고>를 찍었다. 첫 주연이고, 장르가 <파묘>랑 비슷하니 촬영 중 쉬는 시간에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물어봤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 캐릭터에 빠져들어라. 세아가 하는 것을 다해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래서 전 세아가 되려고 했다. 고은 선배는 주연으로서의 자만하지 말라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다.”
인터뷰 하는 동안 전소영 배우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폴더식 핸드폰이었고, 케이스에는 [킥킥킥킥]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첫 드라마를 오래 기억하는 모양이다.
[사진=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