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후: 뼈의 사원
대니 보일의 러닝 좀비가 28년 만에 진화했다. 기존 좀비영화에서는 감염된 인류는 뼈마디가 꺾이면서 기이한 모습으로 또 다른 목표물을 향하고 물리지 않기 위해 각종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대니 보일의 좀비는 엉성한 접근이 아니라 내달린다. 그만큼 전염속도가 빨랐다. 여하튼 영국 영화인이 창조한 러닝 좀비는 영국 땅을 배경으로 속도감을 더한다. 그 속도감과 함께 <28일 후>의 결정적 설정은 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분노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28일 후’ 영국은 바이러스 천국이 되었고, ‘28년 후’의 모습은 완전히 격리된 영국이다. 유럽은, 세계는 영국을 통째로 봉쇄한 것이다. 이제 그 섬에는 좀비만 어슬렁거리고, 소수의 사람이 영국 북단의 작은 섬 ‘홀리 아일랜드’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이곳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의 모험담, 성장기, 생존이야기가 <28년 후> 트롤로지에서 펼쳐진다.
(작년 먼저 개봉 된 ‘28년 후’에서) 스파이크는 아픈 엄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본토로 발을 디딘다. 그곳에서 ‘켈슨 박사’(랄프 파인즈)와 광기에 휩싸인 미스터리한 지도자 ‘지미 크리스털’을 만나게 된다. 광신적 공동체 안에서 스파이크는 생존을 위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종교적 열광과 과학적 이성이 충돌하는 가운데, 인간의 어두운 면이 좀비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이런 미친 세상에서는 모두가 미쳐야 한다. 누군가를 광적으로 믿고, 의지하고,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바이러스의 과학적 정복’이 아니라 ‘종교적 광기’에 기댄 ‘제의적 사냥’이 시작되는 것이다.
28년 후: 뼈의 사원
● 좀비는 거들 뿐, 진짜 지옥은 인간이 만든다
좀비영화에서 기대한 ‘좀비’와의 사투를 기대한 영화팬들은 전혀 뜻밖의 광경을 만나게 된다. ‘좀비’들은 무리지어 숲속을 배회하고, 새로운 사냥감이 등장하면 믿기 어려운 속도와 잔인함으로 인류를 절단 내는 것이다. <28년 후: 뼈의 사원>에서는 그런 좀비 무리도 주인공이 아니다. 이 영화의 진짜 빌런은 인간이다. 기이한 종교지도자의 모습을 한 지미 크리스털과 그의 무리들이 펼치는 지옥도가 선의의 관객을 괴롭힌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리더를 만난다면 난세는 어떤 식으로 극복될 것인가.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끔찍한 설정이다. 대신, 켈슨 박사가 묵시록의 영웅이 된다. 오직 과학적 지식과 인류애적 신념으로 그런 지옥의 땅을 정화시키고, 선을 이루려고 한다. 켈슨 박사는 ‘좀비’(삼손)를 거두고, 어린 스파이크를 보호한다.
영화는 무서운 좀비, 두려운 인간, 최악의 상황이 뒤엉켜 인류의 불안한 미래를 계속 보여준다. 과연 살아남은 인류와 진화하는 좀비, 그리고 또 어디서 어떤 식으로 살아남았을지 모르는 존재가 ‘28년 후’와 ‘그 이후’의 지옥과 천국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 뒤 영국에서는 지미 크리스탈의 이미지에 대해 지미 새빌(Jimmy Savile)의 현현(顯現)이라고 언급한다. 츄리닝에 시가를 입에 문 지미 새빌은 우리에겐 낯선 인물이지만. 이 사악한 존재야말로 지옥이 된 영국에 가장 어울리는 지옥 사제의 모습인 듯하다.
** 지미 새빌은 생전엔 국민MC로 사랑 받았지만 사후 수백 명의 아동 성추행·학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악마'로 취급되는 영국 현대사 최대 스캔들 인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