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당신은 유럽 왕실과 VIP가 애용하는 상위 0.1%만의 럭셔리 브랜드 ‘부두아’(Boudoir)를 아는가. 아마 듣도 보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 신혜선이 이 희귀한 브랜드를 들고 욕망의 무게를 측정한다.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에서 다시 한 번 명연기를 펼친 신혜선을 만나 진짜 정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화면에 비친 본인의 비주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신혜선: “저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의상팀이 저를 예쁘게 보이도록 아이디어도 많이 내 주신 것 같다. 내가 예뻤다기보다는 예쁘게 보이도록 꾸며주신 것 같다.“
Q. 사라킴을 연기하는 것이 도전이었을 것 같다.
▶신혜선: “이 역할을 맡으면 할 게 많을 것 같았다. 그것이 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본을 읽고 일단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와 인물간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다. 글을 읽을 때는 이 친구가 갖고 있는 감정의 폭이 읽혀지지가 않았다. 보통 대본을 보면 그 캐릭터의 톤, 말투, 감정 등이 느껴지는데 ‘레이디 두아’는 그런 게 안 느껴지더라. 그래서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했다.”
Q. 사라킴, 목가희, 김미정을 연기한다. 각 캐릭터의 차이에 대해서는.
▶신혜선: “촬영이란 것은 대본의 흐름대로, 캐릭터별로 가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니 제가 컨트롤할 수는 없다. 페르소나가 처한 상황에 따라 연기했다. 다른 인물과의 관계나 강약의 밸런스 차이는 있겠지만 한 인물로 봤다. 같은 인물의 연장선상으로 연기하는 것이라 큰 부담감은 없었다.”
신혜선
Q. 그래서... 본명이 무엇인가. 부두아인가?
▶신혜선: “사실 나도 모른다. 부두아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감독님과 따로 설정한 것도 없다. 진짜 이름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도 안 궁금했다.” (어떻게 안 궁금할 수가 있나?) “글쎄? 전 궁금하지 않았다. ‘부두아’는 ‘디오르’를 그냥 바꿔 쓴 것 같다. 자기연민과 자기혐오가 섞인 것이다. 왜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는데, 너무 싫어!’ 이런 느낌.”
Q. 목가희에게는 특별한 전사가 있다면?
▶신혜선: “드라마에서는 사라킴의 첫 모습이 목가희니까. 시청자가 볼 때 어떤 시작점을 보일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저것이 흑화의 시작인지, 아니면 다른 것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상태인지. 감독님과 상의 끝에 연장선상의 모습이라고 결론지었다. 목가희도 도용된 신분일수도 있으니.”
Q. 명품에 대한 신혜선의 생각은?
▶신혜선: “직업적 특수성 때문인지 명품을 많이 접하기는 한다. 돌아보면 20대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마 내가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30대, 이제 40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명품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명품은 브랜드만의 희소성이나 장인정신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품으로 나의 가치를 가리려는 것은 피하고 싶다.” (비싼 것은?) “없다 사고 싶은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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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그녀가 죽었다](2024,김세휘 감독)에서 연기한 한소라와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신혜선: “내가 맡은 인물은 갈수록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느끼기엔 백조 같다는 느낌이다. 왜 물 밑에서는 갈퀴로 열심히 물장구치는. <그녀가 죽었다>의 소라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Q. 결국 모든 삶이 ‘부두아’라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 이야기에 납득하는지, 아니면 설득시키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신혜선: “명품이나 브랜드와 결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두아가 독 사라킴이라고 생각했다. 곁으로는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건 은유적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여러 이름으로 살지만, 결국 자기고 갖고 싶었던 것은 고급화된 자기 자신이다. 부두아는 자기 자신인 것이다. 끝까지 지키려고 했고, 지킨 셈이다. 이런 감정을 관통시켰다.”
Q. 신혜선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 박탈감 같은 게 있었는지.
▶신혜선: “글쎄... 잠깐 1분만 생각해봐도 될까요? 명품도 명품이지만 학창시절 때도 그랬고 사회생활 하면서 자신의 가치란 게 있을 것이다. 그런 관계 안에서 ‘나의 가치가 떨어지나? ’, ‘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닌가?’ 이런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여야 하는데 왜 아닌 것 같지?’하는. 그래서 괜히 위축된 적도 있고, 이상만 커진 단계도 있었다.”
Q. 정진영이 연기한 대부업체 대표 홍성신을 사랑했는지.
▶신혜선: “그가 사랑까지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의 마음엔 다른 큰 것이 들어있으니 누굴 사랑할 수가 없다. 여유가 없는 것이다. 부두아를 만든 것도 자신을 사랑해서 만든 것이다. 대본으로 봤을 때 둘의 관계는 좋았다. 묘한 관계이다. 사라킴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아마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두 가지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150억 원) “그 정도는 실제로 벌어서 준 것 아닐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신혜선
Q. 이준혁 배우와는 유독 취조실 장면이 많다. 취조실에서 자신의 정체는?
▶신혜선: “사라킴으로 연기했다. 이건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다. 위조된 이름, 명명한 이름이기는하지만 사라킴은 자기의 완성된 이름이다. 그래서 사라킴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취조실 장면은 부담이 된다. 대본을 보면 의자에 앉아 입으로만 이야기한다. 액션도 딱히 없다. 거의 2인극으로 몇 회차를 끌고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오롯이 감정과 두 사람의 호흡으로 끌고 가야했다.”
Q. 이준혁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신혜선: “<비밀의 숲>이후 정말 친척 오빠 같다. 난 내적친밀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잘 되는 모습을 보며 혼자 뿌듯했다. 선배님도 제가 걸어온 길을 인정해주는 말을 해주셨다. 고마웠다. 작품을 찍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선배는 작품을 대할 때 거시적으로 보고, 항상 시청자, 소비자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제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해 주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Q. 배종옥과는 세 번째 같이 작품을 한다.
▶신혜선: “만날 때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신다. 처음엔 치매 걸린 엄마(영화 ‘결백’)였고, 두 번 째는 카리스마는 있지만 철딱서니 없는 왕후(드라마 ‘철인왕후’), 이번에는 럭셔리한 재벌사모님이시다. 경력도 훨씬 많으신 선배이며 언제나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신다. 앞으로 보여줄 색깔이 궁금해질 정도이다.”
Q. 신혜선은 거짓말을 잘 하는가.
▶신혜선: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못했다.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이젠 능숙하게 거짓말할 수 있다. 물론 금세 들통 난다. 그래서 친구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걸 더 좋아한다.” (최고의 거짓말은?) “그건... 비밀”
신혜선
Q. 사라킴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신혜선: “상상을 해보자면 아마 세상에 다시 나오면 알게 모르게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마케팅의 천재이니 도와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죄책감을 느낄까?) “그 애는 죄책감은 없을 것 같다.”
Q. 마지막 장면에 대해.
▶신혜선: “내가 연기한 인물은 진심과 거짓이 혼합되어 있는 인물이다. 모든 신, 모든 사람과의 관계도 그랬다. 진심도 있고, 거짓도 있고, 진심인 척 하는 거짓과 거짓인 척하는 진심이 혼재되었다. 이중적이고 모순덩어리이다.” (면회 온 이준혁이 ‘당신 없이도 그 브랜드 잘 된다’고 이야기할 때 표정이 살짝 바뀐다) “아마 좋기도 하고 씁쓸할 것이다. 자기를 투영한 브랜드가 인기가 있으니. ‘제가 없어도요..’라고 말하는데 다중적인 감정이 들어가 있다.”
Q. 신혜선의 진짜와 가짜는?.
▶신혜선: "철학적인 질문이다. 물론 진짜는 신혜선이고 가짜는 연기이다. 어렸을 때는 이상이 컸다. 사춘기, 학창시절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브라운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이 이상이었던 것이다. 현실의 저는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사라킴에게 공감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이상을 따라가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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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기작은?
▶신혜선: “부담 없이 선택했다. <레이디 두아>가 딥하다 보니, 그 다음 것부터는 라이트하고 유쾌한 것을 연기하며 털어내고 싶었다.”
신혜선의 차기작은 공명과 연기하는 tvN드라마 <은밀한 감사>와 나인우 등과 공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24분의 1 로맨스>가 현재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배우 신혜선의 명연기가 보고 싶다면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를 보시라!
[사진=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