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나는 오늘, 언니를 납치했다.”
해란(정지소)은 태수(이수혁)의 도움을 받아 한밤중에 소진(차주영)을 납치한다. 철거 지역의 버려진 집에 감금된 소진을 담보로 그들이요구한 몸값은 10억 원. 중국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동생을 둔 해란에게 이 거금은 삶의 유일한 돌파구다. 하지만 소진은 제 아버지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며 결코 그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태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납치범과 인질 사이에는 계획에 없던 대화가 시작되며 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요동친다.
영화 <시스터>는 명민한 저예산 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준다. 10억 원이라는 현실적인 몸값 설정 뒤에 이복자매라는 비현실적 관계를 배치해 이야기의 동력을 확보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한국적 정서가 결합된 기묘한 형태를 띠지만, 생존을 향한 본능 앞에서는 그마저도 위태로운 줄타기에 불과하다. 해란의 서툰 연민과 소진의 필사적인 생존 전략,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절대 빌런 태수의 광기가 충돌하며 관객의 숨통을 조여온다.
작품은 단촐한 캐스팅과 소박한 무대라는 제약을 영리하게 역이용한다. 재갈과 두건으로 시작된 육체적 공포는 보이지 않는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짐에 따라 심리적 긴장감으로 극대화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내며 단순한 납치극 이상의 깊이를 더한다.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정지소와 절박함을 온몸으로 뿜어낸 차주영, 자비 없는 폭력을 형상화한 이수혁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생생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켜켜이 쌓인 긴장감이 통쾌하게 터져 나오는 순간, 이들의 위험한 질주는 고단했던 과거를 씻어내는 충분한 보상이 될 지 모른다. (800자영화리뷰)
▶시스터 (원제: SISTER) ▶감독: 진성문 ▶출연: 정지소,이수혁,차주영 ▶제작: (주)와인드업필름 ▶배급: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CJ CGV㈜ ▶개봉: 2026년 1월 28일 ▶상영시간: 86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