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 길들이기
샘 레이미는 <이빌 데드>와 <스파이더맨>을 거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이르기까지, B급 호러의 정취와 블록버스터의 규모감을 유연하게 오가는 거장이다. 실로 오랜만에 본령인 호러로 돌아온 그는 특유의 ‘신체 분리’ 비주얼과 블랙코미디를 결합해 잔혹하면서도 통쾌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원제인 ‘Send Help’보다 한국 개봉명 <직장상사 길들이기>가 훨씬 직관적이고 도발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금융자산관리회사의 유능한 평사원 린다(레이첼 맥아담스)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사내 정치에 밀려 해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태국 출장 중 전용기가 무인도에 추락하며 상황은 급변한다. 생존 지식으로 무장한 린다와 무능한 CEO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의 관계는 권력의 역전을 맞이한다. 린다는 자신을 조롱하던 상사에게 ‘미저리’급 공포를 선사하며, 무인도를 단순한 조난지가 아닌 사적인 복수와 해방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영화는 직장 내 유리천장과 치졸한 인사 행태를 꼬집는 사회 드라마로 시작해, 처절한 생존 재난극을 거쳐 기괴한 복수극으로 치닫는다. 린다는 <원령공주> 같은 기세로 섬을 지배하고, 브래들리는 <슬픔의 삼각형>보다 처절하게 생존을 구걸한다. 샘 레이미는 사회학적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피가 솟구치는 호러와 심리 게임을 비비드하게 버무려낸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화끈한 종결 방식은 역시 장르의 대가답다. 참고로 브래들리의 부친 초상화로 등장하는 브루스 캠벨을 찾아보는 것도 올드 팬들에겐 즐거운 덤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