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악단독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는 종교를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자 "인민의 아편"이라 정의했다. 이 문구는 오랫동안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 탄압의 근거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신의 은총이 사라진 듯한 동토의 땅에서도 종교는 은밀히 살아남았다. 영화 <신의 악단>은 바로 그 폐쇄된 북한 땅에서 외화 벌이를 위해 가짜 교회를 세워야 했던 보위부원들의 기상천외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국제적 제재로 달러가 궁해진 북한에 외국의 지원 단체는 '평양 부흥회'를 조건으로 2억 달러를 제안한다. 보위부 소좌 박교순(박시후)은 단 3주 만에 가짜 신도들을 양성해 완벽한 '예배 쇼'를 기획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성경을 암송하고 찬송가를 익히며 통성기도를 연기하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가장 위험한 '메소드 연기'의 세계로 인도한다. 불순 세력을 척결하던 보위부가 외화를 위해 가장 불순한 연극을 완벽히 수행해야 하는 상황은 코믹하면서도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 영화는 <7번방의 선물> 각색에 참여했던 고(故) 김황성 작가의 유작으로, 실화의 뼈대 위에 종교적 열정과 휴머니즘의 온기를 덧입혔다. 몽골 로케이션을 통해 구현된 황량한 북녘의 풍경과 폭풍한설 속의 행진은 종교적 장엄함을 극대화한다. 배우 박시후는 체제와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정진운을 비롯한 조연들의 헌신적인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이 연기를 넘어선 진심에 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결국 <신의 악단>은 종교 영화인 동시에 체제의 모순을 꼬집는 프로파간다이며, 마침내 인간의 본질을 묻는 휴머니즘 영화다. 가짜로 시작된 찬송이 진심 어린 기도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종교가 단순히 '아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의 마지막 '영혼'임을 증명한다. 평양의 쇼윈도 교회인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너머, 언젠가 이 영화가 북녘 땅에서 자유롭게 상영될 날을 꿈꾸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