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쑈 문명의 끝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어제(27일) 개막되었다.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서독제'에 맞춰 작년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방송한다.
백현진은 누구인가. 드라마에도 나오고 영화에도 출연하는 연기자이지만, 마이크를 잡으면 인디 뮤지션이기도 하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설치미술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 무대에서 행위예술가로 이름을 알린다. 그가 2023년 9월, 세종문화회관의 S씨어터에서 〈백현진 쑈 : 공개방송〉라는 특별한 공연을 가졌다. 백현진은 쇼의 연출, 드라마터그, 미술, 음악 을 맡았다. 사흘 동안의 '쑈'에서 백현진은 배우, 음악인과 함께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무대를 박경근 감독이 60분짜리 영상물로 만들었다. 이것은 영화인가? 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확인해 보시라.
〈백현진 쑈:공개방송〉은 영화관,TV, 공연장, 미술관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동하는 올라운드 아티스트 백현진이 펼치는 예측불허의 난장판이다. 백현진은 '쑈'를 통해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재료로 하여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형식과 내용의 ‘쑈’를 연출한다. 공연은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미술, 토크쇼, 낭송, 연설, 음악공연, 토막극 등이 마구 뒤섞인다. 백현진이 보컬을 맡은 실력파 연주자들의 프로젝트팀(김오키, 이태훈, 전제곤, 진수영, 브라이언 신, 김다빈)이 라이브를 연주를 펼치는 가운데 김고은, 한예리, 김선영, 문상훈, 장기하 등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쳤고, 무대에서 펼쳐진 모든 '쑈'들이 미디어 아티스트 박경근의 카메라에 담긴다.
백현진 쑈:공개방송
박경근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이 영화는 연극의 기록 영상으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연극을 영화로 쉽게 전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영화는 내가 바라보는 ‘백현진’이라는 한 인물의 초상이다. 화가, 가수, 배우, 작곡가, 퍼포먼스 아티스트를 넘어 연극 연출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백현진의 세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백현진의 예술 세계처럼, 다큐멘터리나 픽션이라는 장르로 구분될 수 없는 실험적인 형식을 띠고 있고, 그 애매모호함을 연출의 핵심 요소로 사용하였다."고 밝혔다.
〈백현진 쑈 : 공개방송〉은 무대 위의 아티스트와 객석의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난장쇼로 기획되었기에 영화(혹은 기록영상물)로 완성된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시청자들이 오롯이 감정이입하기는 쉽지 않다. 백현진은 이번 '쑈'를 통해 뭔가 특별한 자신만의 철학, 미학, 혹은 생각들을 주절주절 알려주고 싶지만 초대받은 '퍼포머'들은 그의 생각을 현장에서 바로 캐치하여 관객의 공감까지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신, 퍼포머의 개인적 역량에 기댄다. 프로페셔널한 연기로 보이기도 하고, 워크샵 리허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연기이든, 춤이든, 노래이든, 그냥 소리 지르기이든. 적어도, 이 영화가 끝나갈 무렵이면 백현진이라는 아티스트의 오래된 외로움과 좌충우돌 창작의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28일(금) 밤 11시 30분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된다.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