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 포 굿
작년 11월 개봉되어 228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던 할리우드 뮤지컬영화 <위키드>의 속편 <위키드 포 굿>이 드디어 개봉되었다. 영화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와 브로드웨이를 석권한 뮤지컬을 바탕으로 존 추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물론 맥과이어의 소설은 훨씬 오래 전 L.프랭크 바움의 아동문학 <오즈의 마법사>를 정치사회학적으로 비튼 패러디 소설이다. 그러니 쥬디 갤런드의 어린이날 특선영화는 결코 아닌 셈이다. 뮤지컬의 백미였던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와 함께 스크린 밖으로 날아가 버린 엘파바가 속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와 ‘편견과 박해’로 가득한 세상에 복수의 비질을 할지 기대가 크다. 물론, 결론은 다 알지만 말이다.
<위키드>에서 출생의 비밀을 가진 초록이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에메랄드 시티의 시즈대학교에서 타고난 인사 ‘갈’린다(아리아나 그란데)와 운명적인 룸메이트가 된다. 마법을 할 줄 아는 엘파바와 마법을 하고 싶은 갈린다. 인기가 너무 없는 엘파바와 인기가 너무 많은 갈린다는 우여곡절 끝에 우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하지만 에메랄드 시티는 의뭉스러운 마법사가 지배하고 있고, 쉬즈 대학은 마담 모리블의 권위로 온 세상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던 동물들이 내몰리며 엘파바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분연히 빗자루를 타고, 중력을 거스르며 에메랄드를 벗어난다. 그리고, <위키드 포 굿>에서 그 빗자루를 타고 다시 에메랄드시티로 돌아와서 노란색 벽돌 길을 헤집으며 마법사와 모리블과 우매한 오즈의 시민과 격한 투쟁을 펼치게 된다. 착한 글린다는 우정과 권력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고 피예로와의 삼각관계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위키드 : 포 굿
L. 프랭크 바움의 아동소설 <오즈의 마법사>(원제:The Wonderful Wizard of Oz)는 1900년 처음 출판되었다. 캔자스에 살던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강아지 토토와 함께 오즈로 날려가고 그곳에서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컨셉트는 날아간 집이 ‘사악한 동쪽마녀’를 깔아뭉개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법사를 만나게 되고, ‘사악한 서쪽마녀’를 물로 녹여버리고는 ‘착한 남쪽마녀 글린다’의 도움으로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거의 한 세기가 흐른 뒤 ‘오즈의 환상’을 급진적이면서 성인 취향의 이야기로 바꾼 소설 <위키드>를 내놓았다. ‘사악한 서쪽마녀’로 언급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악의 문제를 탐구한다. 출생의 비밀, 교육의 효과, 우정의 지속성, 그리고 전체주의와 테러리즘의 발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마구 내던져 놓는다.
존 추 감독은 소설 <위키드>의 무거운 주제를 뮤지컬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적어도 <위키드>1편에서는 그랬다. 스티븐 슈워츠의 음악은 판타스틱 했고,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우정극은 너무나 아름답다. <위키드: 포 굿>에서는 엘파바의 각성과 함께 오즈의 신세계가 열린다. 마법사의 속임술과 마담 모리블의 선전술에 우매한 시민들은 쉽게 전체주의에 빠져 허우적댄다. 적어도 맥과이어가 소설을 쓸 때의 세계사적 혼돈(걸프전쟁과 독일통일 같은)은 트럼프 시절의 카오스와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물론, <위키드: 포 굿>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미덕을 잘 살린다. 엘파바의 출생의 ‘초록색’ 비밀도 알려주고, 글린다의 현실적인 우정의 퍼즐도 완성시키며, 놀랍게도 오래된 ‘오즈의 마법사’의 익숙한 캐릭터들을 현현(顯現)시킨다. <위키드: 포 굿>은 ‘중력’을 거스르지는 않지만 ‘시간’을 역류하며 선의를 퍼뜨린다. 오직 한 사람, ‘사악한 마녀’ 엘파바의 희생으로. (리뷰. 박재환)
위키드 : 포 굿
▶위키드: 포 굿 (원제:Wicked: For Good) ▶감독:존 추 ▶각본:위니 홀즈머너, 다나 폭스 ▶출연: 신시아 에리보(엘파바), 아리아나 그란데(글린다), 조나단 베일리(피예로), 양자경(마담 모리블), 제프 골드블룸(마법사), 에단 슬레이터(보크), 마리사 보데(네사로즈), 피터 딘클리지(딜라몬드)▶음악: 스티븐 슈워츠 ▶개봉:2025년 11월 19일/137분/전체관람가
[사진=유니버설픽쳐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