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너희들은 내가 지켜줄게."
절망에 잠식된 동네 '스위트홈'에서 누구보다도 길고 험난한 사투를 벌인 인물이 있다. 배우 송강은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연출 이응복)에서 은둔형 외톨이 차현수 역을 맡았다. 괴물과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을 배척하려는 주민들과의 사투까지 벌이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연기에 도전했다.
Q. 극 중 주요 인물들 중 가장 감정 변화가 많은 역할이다. '스위트홈'의 중심에 서서 작품의 기승전결을 이끌어나가고 자신 속 괴물, 환영 속 현수와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인물을 연기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보는 차현수라는 캐릭터는 애처로운 아이다. 밝았던 아이가 한 사건으로 인해서 학교 폭력도 당하고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고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그린홈에 오기까지의 시간들과 현수의 상황을 봤을 때 불쌍하고 애처롭게 보였다. 그래서 몰입도 더 잘 되었던 것 같다. 현수와 환영 속 현수, 1인 2역 같은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미지 상상을 많이 했다. 재밌게 했다. 현수를 한번 쭉 연기하고 환영 속 현수 연기를 했는데, 나한테는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다.
Q. 차현수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거나 초면인 타인을 위해서도 희생하는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은둔형 외톨이 전의 현수는 리더십 있고 활발한 아이였다. 결과적으로는 그린홈 주민들을 만나고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가 생각나서 정의로운 선택을 한 것 같다. 이전에는 삶의 의지가 하나도 없고 죽고 싶은 욕망이 컸다면, 그린홈 주민들을 만나고 나서 변화했던 것 같다. 살고 싶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Q. 전작 '좋아하면 울리는' 등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180도 달라진 역할을 소화했다. 우울하고 암담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궁금하다.
테스트 촬영 때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내게 분장으로 머리를 많이 붙이더라. 얼굴을 최대한 죽여야 한다고 해서(웃음) 다크서클 분장도 많이 하고 왜소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을 많이 했다. 어깨를 굽히고 다니거나 목을 빼고 다녔고 큰 몸을 더 숨기기 위해서 후드티를 많이 입었다.(웃음)
Q. 배우 고민시, 박규영, 이도현 등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소감이 궁금하다. 더불어 그 스타들 중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책임감도 컸을 것 같다.
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웠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또래들끼리 연기를 하면서 그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각자 서로의 연기에 코멘트를 해줬고 도움이 많이 됐었다. 그리고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서로 본받았던 것 같다.
Q. 자세히 어떠한 도움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코멘트도 코멘트지만 모니터링을 많이 해줬다. 두식과 연기를 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것을 모니터링을 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었다. 대사를 어떻게 해야 담백하게 할 수 있을까, 대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생각하면 어떠냐는 조언 같은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처음에 이도현 배우와 마주하는 신들이 많았다. 평상시에 이야기를 많이 하던 친구였는데 어떤 날에는 말이 엄청 없더라. 알고 보니 나중에 "캐릭터의 관계성 때문에 많이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었다"고 인터뷰한 걸 봤다. 그렇게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생각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고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Q. '스위트홈' 시즌 2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즌 1에서 표현되지 못한 아쉬운 장면들, 혹은 시즌 2에서 현수가 보여줬으면 하는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시즌 1에서 각성된 현수에서 일반 현수로 돌아온 과정들이 있었으니, 시즌 2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현수의 사람들인 그린홈 주민들을 지키기도 하고, 악당을 물리치기도 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Q.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넷플릭스라는 창구를 통해 문화생활을 접하는 방구석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위로의 한마디가 될 수 있는 작품 속 명대사가 있다면 무엇일까?
'스위트홈'은 겉은 무섭고 어두운 작품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작품이다. 나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대사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였다. 현수가 그린홈 주민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현수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와닿았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위로될 대사를 꼽자면 아이들에게 가서 말하는 신에서 나온 대사였다. "걱정 마. 너희들은 내가 지켜줄게"라는 대사다. 극 중에서 나름 믿음직스럽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이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