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라이드
강하늘 정소민의 ‘사랑과 이혼’ 전쟁을 코믹하게 그린 <30일>로 예상 밖의 흥행성공을 거둔 남대중 감독이 다시 한 번 예상 밖의 흥행공식으로 신작을 내놓았다.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한선화가 코미디연기 각축전을 펼치는 <퍼스트 라이드>이다.
<퍼스트 라이드>는 그 시절 그 교실에 항상 꼭 있는 네 친구들의 잔혹하리만큼 아름다운 우정극이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요, 멀리서 보면 비극인 그런 드라마이다. 공부 잘하는 태정(강하늘), 뮤지션을 꿈꾸는 연민(차은우), 운동선수의 꿈을 포기한 도진(김영광), 그리고 종교적 자유를 만끽하는 금복(강영석)이다. 이 넷이 함께 어울리면 무서울 게, 꿀릴 게 전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을 앞두고 이들은 특별한 여행계획을 세운다. 태국 송크란 축제의 명DJ쇼를 직관하는 것이 꿈인 연민을 위하여 생애 처음으로 넷이서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네 청춘의 꿈은 잠시 접어야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훌쩍 흐른 뒤, 도진은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아 그 때 못 이룬 태국여행에 나선다. 꿈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꿈이 된다. 악몽!
퍼스트 라이드
이 작품은 이병헌 감독의 <스물>을 따라가는 줄 알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남대중 감독 특유의 스타일임을 알게 된다. 학생시절의 치기와 청춘의 열정, 그리고 자연스레 나이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달라붙은 삶의 무게가 처연하게 삐져나오는 작품이다. 학생시절은 꿈이 많거나, 미래가 불안하거나, 현실이 만만하다. 그래서 용기백배 직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짧고, 추억은 아름다울지 모르나 가슴 한편에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각자 세월의 풍파를 잘 이겨내고, 사회로 나갔지만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친구가 있음을 안다. 이제 그 알을 깨기 위한,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바보 짓’이 시작되는 것이다.
<퍼스트 라이드>에서는 고등학생 시절이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사회인의 모습도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 어쩌면 천연덕스럽게 그 시절의 때를 벗지 못한 그들의 얼굴일 것이다. 그들은 그 모습으로, 그 열정으로 태국으로 떠난다. 영화 후반부는 오랜만에 뭉친 친구들의 엉망진창, 대책 없는 해외 여행기를 다루는 듯하다. 태국의 풍광과 송끄란 물축제는 단지 그런 예측불가 해외여행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한선화가 툭 던지는 “아무나 주는 칵테일이 받아먹지 마!” 같은 대사가 이 여행의 결과와 보이지 않던 한 친구의 옛 이야기와 이어진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만나는 드라마이다. 남대중 감독은 마지막에 가서야 <퍼스트 라이드>가 코미디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관객은 충분히 그 친구들의 영원한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스크린에서 한국영화를 맹사수하고 있는 강하늘은 우정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코미디와 정극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해온 김영광은 다시 한 번 ‘우울한 인물’의 깊이를 잡아낸다.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를 오가며 얼굴을 알리던 강영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이름을 알린다. 물론, 차은우는 이 영화의 히든카드이다. 한선화도 나름 하드캐리하고.
중국에서 리메이크된 남대중 감독의 데뷔작 <위대한 소원>의 영어 제목이 ‘The Last Ride’였다. 그 영화도 평균적인 청춘들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좌충우돌 여행을 감행하는 코미디였다. 친구들끼리 낄낄대며 볼만큼 재밌고, 의외로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박재환)
▶퍼스트 라이드 ▶감독:남대중 ▶출연: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한선화, 윤경호, 최귀화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브레인샤워, 티에이치스토리 ▶개봉:2025년10월29일/12세이상관람가/116분






